“독도 국제분쟁, 美민주당 집권기에 잦았다”

2007년 12월 일본 국토지리원의 독도 정밀 위성지도(2만5000분의 1 축적) 제작, 2008년 2월 일본 외무성의 독도 홍보용 팸플릿 제작·배포와 외무성 홈페이지 게시, 이후 10개 외국어 번역본 제작·배포로 확대, 2008년 7월 일본 문부성의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명기 강행, 2008년 12월 일본 방위성의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표기.

지난 1년여 사이 일본이 전방위적으로 전개해온 독도영유권 주장의 실상이다. 이뿐만 아니다. 2005년 이래 매년 2월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죽도의 날’행사를 강행해 오고 있다. 독도문제의 국제분쟁화를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영유논리를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 차원에서 독도문제를 파악하는 통합된 학제적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최근 출간한 ‘독도문제의 학제적 연구’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특히 눈길을 끈다. 재단 소속 독도연구소 연구원들이 독도문제의 학제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 그 결과를 단행본으로 펴낸 것. 독도 관련 현안들을 국제정치학, 국제법, 역사·고고·지리 등 다각적 시각에서 파악하고 있다.

저자들은 최근 미국과 일본의 정권교체 등이 독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일본의 교과서 왜곡 실태와 한국 교과서의 독도·영토교육 실태 분석 등의 주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한·일 기본관계와 어업관련 국제법 분야, 독도영유권 관련 사료 발굴 및 울릉도 고고학 분야, 일본의 울릉도·독도 사료 및 러시아의 독도 사료 분야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을 소개한다.

◆미국 민주당 집권시에 유의하라= 배진수 독도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록문 ‘독도문제의 국제정치학적 접근과 분석-미국·일본 정권교체의 독도 시사점을 중심으로’에서 국내 처음으로 역대 미국의 정권교체 시기별 독도관련 일지를 비교분석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독도문제에 관해 미국은 한·일간에 해결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미국의 정권교체 시기별 독도관련 사건일지를 비교분석해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우선 미국이 개입된 독도관련 사건의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민주당 집권시기에 발생했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의 초안이 수차례 수정되면서 작성된 시점과 1951년 9월8일에 서명돼 이듬해 4월28일에 발효된 시점이 모두 민주당 트루먼 정부때였다. 바로 이때 마련된 최종 초안에서 일본의 영토에서 제외되는 도서목록에 독도가 누락됨으로써 한·일간 독도영유 논쟁의 불씨가 되었다.

또한 집권기간의 ‘첫 연도’나 ‘마지막 연도’에 독도관련 입장과 정책 변경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카터 정부의 첫 연도였던 1977년 7월14일에 미국 지명위원회에서 독도 표기를 ‘리앙쿠르 록스’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의 예로, 2008년 7월 미국 지명위원회에서 독도 주권국 표기를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 시도한 것은 공화당 부시 정부의 ‘마지막 연도’에 해당된다.

아울러 미일안보협력의 대부분이 민주당 집권기에 성사되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이를테면 1951년 9월 미일안보조약(트루먼), 1952년 7월 독도의 미 공군 훈련지역 지정(트루먼), 1978년 11월 미일방위협력지침(카터), 1996년 4월 미일안보공동선언(클린턴), 1997년 9월 미일신방위협력지침(클린턴) 등을 들 수 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새 정부 출범시 ‘첫 연도(허니문 기간)’와 ‘마지막 연도(레임덕 기간)’의 독도관련 정책과 입장 변화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의 민주당 출범시 독도관련 입장 변화 여부를 보다 면밀히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교과서에선 독도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홍성근 독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수록문 ‘일본 교과서의 독도관련 기술 실태와 문제점 분석’에서 일본의 초·중·고 교과서의 독도관련 기술 실태와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갈등 해소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시마네현에 소속돼 있다’는 내용으로 기술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를 검토대상으로 했다. 홍 부연구위원은 “교과서가 미래세대를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은 한·일 양국의 미래 세대들에게 독도와 관련된 사실과 역사인식에 있어 갈등을 증폭하고 영구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심정보 독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수록문 ‘한국의 사회과 교육과정에 기술된 독도관련 영토 교육’에서 한국의 현행 및 개정 제7차 초·중등 사회과 교육과정에 기술된 독도 및 영토관련 내용을 고찰하고 있다. 그 결과 초등학교 사회과에서는 6학년 국토지리 영역에서, 중학교는 3학년 사회과 지리 영역에서 처음으로 독도 관련 내용을 지리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신설 ‘동아시아사’라는 선택과목에서 평화와 화해의 맥락으로 독도관련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심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선 일본에 대한 반향으로 사회과 교육에서 독도관련 영토교육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국제관계, 국제정치 등과 관련해 바람직한 영토교육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