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女 죽음 내몬 年430% 악덕사채

고리사채를 쓴 여대생을 강제로 유흥주점에 취업시켜 결국 피해자 부녀에게 끔찍한 죽음을 맞게 한 악덕 사채업자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 일당은 연체된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대출계약을 연장하는 이른바 ‘꺾기’ 수법으로 대출금을 눈덩이처럼 불린 뒤 채무자들을 갉아먹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온 여대생 등 212명에게 연 120~680%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33억원 상당의 이자를 받아 챙긴 후 돈을 못 갚는 채무자들을 상대로 불법 채권추심을 한 혐의(대부업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법 위반)로 사채업자 백모(33)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사채업체 직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백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불법 사채업을 벌이고 빌린 돈을 못 갚는 일부 채무자를 유흥주점에 접대부로 취업시켜 화대를 가로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 일당의 ‘악랄한 사채놀이’는 한 부녀를 끔찍한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지역 한 여대에 다니던 A(사망 당시 23세)씨는 2007년 3월 친구 B(여·23), C(여·23)씨와 함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백씨 일당으로부터 300만원씩을 빌렸다. 선이자로 35만원을 제하고 90일간 매일 4만원씩 360만원을 갚는 연리 345%의 조건이었다. A씨 등이 이를 제때 갚지 못하자 백씨 일당은 연체이자를 더해 대출금을 500만원으로 재설정하고 100일간 매일 6만원씩 600만원을 갚는 연리 430%의 재대출을 강요했다. 이 같은 ‘꺾기’가 반복돼 A씨 등의 채무는 1년 만에 15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러자 백씨 등은 이들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유흥주점에 접대부로 강제 취업시킨 뒤 2008년 8월부터 4개월간 화대 1800여만원씩을 가로챘다.

백씨 일당은 특히 A씨 등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확보, “48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면 몸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부모들에게 “자녀가 사채를 사용했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딸이 사채에 허덕이다 유흥주점 접대부로 나선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아버지(사망 당시 52세)는 결국 2008년 11월 딸을 찾아가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며칠 뒤 목매 자살했다.

경찰은 백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사채 장부 등을 토대로 A씨 등과 같은 추가 피해사례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