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타고 北進하는 ‘차이나타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서울지하철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한자로 된 간판이 즐비한 일명 ‘양꼬치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창섭기자

서울시내 서부지역에 편중됐던 차이나타운이 동진, 북진을 거듭하며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내 체류 중국인 수가 2008년말 현재 20만명을 넘어서면서 나타난 변화다. 대만계 화교들이 주를 이룬 서대문구 연희·연남동에서 시작, 한·중 수교 후 하나둘씩 늘어난 차이나타운은 영등포구 대림동과 구로구 가리봉동, 관악구 봉천·신림동, 광진구 자양4동 등 주로 서울지하철2호선 노선을 따라 퍼져나가면서 서울시내 문화 및 상권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 동북부 차이나타운 형성 = 12일 오후 찾아간 자양4동 지하철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일명 ‘양꼬치 거리’. 약 600m에 달하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羊肉串(양육관·양꼬치집)’, ‘○○電話房(전화방·국제전화방)’, ‘○○冷面(냉면·중국냉면집)’ 등 한자로 된 간판들이 즐비한 가운데 독특한 억양의 한국어,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서니 특유의 양고기 냄새와 익숙지 않은 향신료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지난 2001년 이 골목에 처음으로 양꼬치집을 개업한 경성양육관 박길자(여·39) 사장은 “처음 문 열 땐 한국 음식점들밖에 없었지만 2005년쯤부터 하나씩, 둘씩 중국동포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불황이라는 최근에도 두 달 사이에 네 집이 더 문을 열 정도로 상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골목 절반 이상을 중국인 관련 상점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동주 광진구 다문화가족 외국인 지원센터장은 “1년 후 쯤이면 한국 식당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 서울 동북부 차이나타운이 들어선 것은 편리한 교통, 싼 집값, 많은 유동인구 등 3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 석달 전 금천구 독산동에서 이주해 온 중국동포 김경식(45)씨는 “금천, 구로는 서쪽으로 치우쳐져 의정부나 경기동부 쪽으로 일하러 가기엔 너무 멀다”며 “이곳은 지하철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곳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수공단 근로자들이 주로 거주했던 값싼 반지하방들이 많고 인근에 공단과 건국대, 한양대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장사하기에 제격이다.

◆ 기대와 우려 교차 =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문모(50)씨는 “성수공단 쇠락 후 빈 집이 늘어났는데 요즘에는 이 동네 주인들이 중국동포들 덕분에 수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 여름부터 가리봉동 재개발이 시작되면 더 많은 중국동포와 중국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토박이 집주인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차이나타운이 커지면서 범죄율이 높아지고 한국인들의 기피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이 지역 중국인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범죄율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