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망대>부활하는 마오이즘

1966년 5월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는 중국 근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문건 하나를 통과시켰다. ‘전 당은 무산계급 문화대혁명(문혁)의 큰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철저히 반당, 반사회주의의 이른바 ‘학술권위’의 자산계급 반동입장을 폭로하고, 학술·교육·언론·문예·출판계의 자산계급 반동사상을 철저히 비판해 문화영역 영도권을 탈취해야 한다’는 이른바 ‘5·16통지’다. ‘5·16통지’는 2개월 뒤인 8월 중국공산당 제8기 11차 중앙위원회에서 철저한 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16개 지침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에 관한 결정’과 투합하면서 대륙에 혁명 광풍을 일으켰다.

마오쩌둥(毛澤東)의 행동전위대를 자처하며 톈안먼(天安門)광장에 모인 100만의 홍위병들은 전국으로 퍼져 마오 사상을 찬양하고, ‘사구타파’(破四舊·옛풍속, 옛사상, 옛관습, 옛문화 타파)라는 명목으로 전통 문화와 가치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지식인을 추방하고 20세기판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하는가 하면 사찰 등 종교시설에 난입해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마오쩌둥의 사진과 어록으로 대체한 것도 그들이다.

그로부터 30여년, 공교롭게도 문혁의 총지휘자 마오쩌둥과 ‘마오의 아이들’ 홍위병의 운명은 극명하게 바뀌었다. 개혁·개방 이후 빠른 경제 발전으로 홍위병들이 주장한 사구타파 허구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다 빈부격차 등 각종 후유증으로 ‘다 같이 잘 살자’는 마오의 이념도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칭밍제(淸明節) 연휴(4~6일) 기간동안 13억 중국 인구의 3분의 1인 4억명 이상이 성묘길에 나서 전통문화 부활을 뒷받침했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는 8000여명이 모여 중화민족의 조상이자 문명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황제(黃帝) 추모제를 진행했다.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칭밍제도 지난해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조상숭배 등 전통문화 부활은 문혁 당시 마오쩌둥과 입맞추어 조반유리(造反有理·모든 반항과 반란에는 나름대로 정당한 도리와 이유가 있다)를 외치던 ‘살아있는 홍위병들’을 무안하게 하고 있다.

대신 문혁이 끝나고 당으로부터 ‘문혁은 당, 국가, 인민에게 건국이래 가장 심한 좌절과 손실을 가져다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이며 그의 책임”이라고 비판받았던 마오쩌둥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톈안먼 광장 마오주석기념관에는 1년내내 그를 기리는 인민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지난 칭밍제 기간에만 5만명 가량이 몰렸다. 골동품 상가가 밀집해 있는 베이징 판자위안(潘家園)과 류리창(琉璃廠) 등은 물론 일반 거리의 노점상에도 마오 관련 기념품들이 대거 등장해 골동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마오이즘(Maoism)이 담긴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국적인 노래를 찾는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문혁 당시 마오를 찬미하는 ‘둥팡훙(東方紅)’이 1위를, ‘타이양쭈이훙, 마오쩌둥쭈이친’(太陽最紅毛澤東最親)이라는 노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의 중국을 들여다보면 “‘사상적 투철’만을 강조해서는 사회주의를 결코 성공시킬 수 없고 기본적으로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인민들이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문혁의 교훈도 아랑곳없이 다시 마오의 이념 속으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먼저 부자가 되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을 밀어내고 ‘균등 분배’쪽에 무게를 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과학발전관’도 그렇다.

[[한강우 / 베이징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