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개혁 비용’은 애주·애연가들 몫 ?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이 미국 의료보험 개혁의 돈줄이 될 것인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지난 12일 주류와 담배, 탄산음료에까지 세금을 올려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보험제도 개혁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실적으로 이같은 거액을 조달할 ‘고통 없는 방안’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음주와 흡연 등 ‘나쁜 습관’이 세금인상의 표적으로 꼽힌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담배 1갑당 세금 2달러를 매기거나 주류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담배, 주류, 정크푸드 등에 붙는 세금을 올릴 경우 10년 동안 6000억달러가 넘는 재원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탄산음료나 설탕첨가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아이디어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원 재무위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솔직히 논쟁거리가 되지 않도록 일찌감치 그같은 방안을 기각시키기 위해 의제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의료혜택이나 의료비 저축 계좌에도 세제혜택을 축소, 10년간 각각 7000억달러와 600억달러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심지어 레스토랑 음식이나 포장식품에 적용되는 나트륨 기준치를 낮춰 의료비용을 줄이자는 제안까지 나와있다.

하지만 의회가 특정 방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무위가 어떤 품목에 세금을 부과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로비가 이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맥스 바우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