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녹색기술 개발로 미래 열어가야

18일 서울에서 개막된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는 ‘저탄소 녹색’ 도시 만들기를 공동 목표로 선언하고 21일 폐막됐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목하게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녹색성장과 연관해 국제적인 여건과 선진국의 움직임은 그린레이스(Green Race)로 모아지고 있다. 즉 프랑스에서는 녹색성장을 녹색혁명, 독일은 제3차 산업혁명, 그리고 영국은 제4차 기술혁명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지구촌은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고 자국의 녹색전략과 그 성과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세계적 추세인 그린레이스를 인식한 결과다. 과연 녹색성장의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13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국가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에너지 문제가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2006년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체제가 지속될 경우 지구촌의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매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에 이른다는 충격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일반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략적 대안들을 마련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도시 지역이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에너지 소비는 건물에서 약 54%, 수송 분야에서 33%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저탄소 녹색성장과 녹색기술의 적용은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생활 공감 녹색기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과수원 작업차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과수관리용 다용도 편이 장비는 일반적으로 과수농가에서 사용하는 사다리와 전동차의 기능을 종합해 1대의 기구로 고품질 재배 및 생력(省力)기계화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재배 기술과 기계화가 연계된 세계 최초의 기술로 평가된다. 이 기구를 통해 오염 배출 제로 상태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한 농작업 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니 전 세계 과수농가에 수출이 가능한 한국형 저탄소 녹색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두 가지 전략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이미 선진국 등에서 널리 활용되거나 실시되는 방식의 모방 채택이다. 예를 들어 승용차 통행 공간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했고 활용되지 않는 새로운 녹색기술의 창안이다. 오늘날 세계적 수준의 녹색성장은 둘 다 중요하지만 그린레이스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녹색기술 창안에 더 많은 투자와 배려가 요구된다. 특히 녹색펀드의 조성과 녹색성장을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역할 분담 등 체계화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하잘것없다고 판단한 과수 관리용 다용도 농작업 편이 장비가 세계적으로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녹색기술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의 전략을 따라가기 급급한 수준에서 새로운 녹색기술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하성규 / 중앙대 부총장, 도시계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