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저임금 삭감’ 첫 요구

경영계가 최저임금제 도입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해 대폭 인상을 요구한 노동계와 앞으로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에 적용될 시간급 최저임금으로 각각 3770원과 5150원을 공식 제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은 4000원으로 경영계는 5.8％ 삭감안을, 노동계는 28.7％ 인상안을 각각 내놓은 것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000년과 2008년, 2009년에 동결을 제시한 적은 있다. 재계가 매년 제시한 인상률의 평균은 2.5％, 최고는 2001년 5.4％였다.

경영계는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삭감 요구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9일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제는 노동자가 생존을 위해 받아야 할 최저선을 법으로 정한 것으로 외환위기에도 삭감된 적이 없다”며 “경제위기가 왔으니 최저임금을 깎자는 주장은 제도의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노동계가 매년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36.1％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를 앞으로 4차례 개최해 노사단체의 요구안을 조정, 6월2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지만 양측의 의견 차가 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큰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다음 해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오는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서 고시하게 된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