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역사갈등 규명·해소 방안 모색

오는 2010년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병합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의주로 임광빌딩 재단 대회의실에서 ‘일본의 한국병합 효력에 대한 국제법적 재조명’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일 간 역사갈등의 본질을 규명하고 해소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명관 전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과 무샤코지 킨히데(武者小路公秀) 일본 오사카경제법과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소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일본 도쿄(東京)대 명예교수 등 한국·일본·미국·프랑스 학자 9명이 ▲1910년 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과 역사적 교훈 ▲동아시아 근대사에서의 한일병합의 의미 ▲미국의 하와이 병합사례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논문은 국제법 연구자인 박배근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시제법(時際法)적 관점에서 본 조약체결의 형식과 절차 : 한국병합관련 조약 유무효론 평가를 위한 일고’. 박 교수는 이태진 교수와 운노 후쿠쥬(海野福壽) 일본 메이지(明治)대 명예교수가 1999∼2000년 ‘세카이(世界)’지를 무대로 펼친 한일병합관련 조약의 체결 형식과 절차상 하자를 둘러싼 공방을 당시의 국제법에 비춰 검토하고 평가를 내렸다.

1세기 전 당시 저술된 서양과 일본 법학자들의 국제법 관련 개설서를 검토한 박 교수의 결론은 조약의 명칭을 가지고 성립 여부나 유·무효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전권위임장이나 비준서의 결여 등을 논거로 한 이 교수의 무효론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운노 교수가 한일병합관련 조약의 형식과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조약체결권자나 체결대표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교수는 “한국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나 이미 도덕적인 과오를 인정한 사람들에게 그러한 불법성을 인정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사실을 밝히고 기록하며 필요한 주장을 하되 비난과 원한의 마음을 버리고 냉철하고 차분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