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오늘 호흡기 제거>중환자실→1人병실→임종예배→호흡기 제거, 조용하고 엄숙한‘준비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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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국내 첫 존엄사 시행은 그 주인공인 김모(여·77) 할머니의 가족과 의료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기 위한 취재진도 100여 명이 몰려 열띤 취재에 나섰다.

지난해 2월15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495일간 줄곧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머물러 온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50분 ‘영원한 안식’을 위한 장소로 정해진 세브란스병원 본관 1508호로 옮겨졌다. 1인용 병실인 이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는 주치의인 박무석 호흡기내과 교수를 비롯한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 가족 대표 3명이 함께 했다.

이동 과정에선 김 할머니에게 부착됐던 기계식 인공호흡기를 떼고 수동으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이 탓인지 한때 김 할머니의 체온이 25도까지 내려가 의료진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김 할머니는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김 할머니는 코에 유동식 공급 호스를 끼고 입에는 인공호흡기를 낀 상태였으며 여전히 의식이 없는 가운데 눈을 조금 뜨거나 입을 조금 움직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수액 공급 탓인지 얼굴은 조금 부은 상태였다.

오전 9시쯤 김 할머니가 1인용 병실에 도착한 뒤부터는 가족과 의료진 등을 제외한 일반인과 취재진 등의 접근이 차단됐다. 병원측 관계자들이 병실이 위치한 본관 15층 복도의 양측에 서서 통로를 철저히 차단했다.

병실에선 주치의 등 의료진 4명과 김씨의 가족 6명, 가족측 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가 먼저 도착해 임종 예배를 준비했다. 김 할머니의 딸 등 가족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임종을 준비했다. 맏사위 신모씨는 성경을 손에 들고 임종 예배를 준비했다.

오전 9시50분 김 할머니가 평소 다녔던 교회 목사의 집도로 임종예배가 시작됐다. 1심 선고를 맡았던 서울 서부지법 김천수 부장판사도 이 과정을 지켜봤다. 가족 11명은 눈물을 흘리며 김 할머니와의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이후 오전 10시6분 예배가 끝나고 맏사위와 아들 두 명 등 가족 대표, 의료진만 남은 상태에서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가 김 할머니의 입에 달린 호흡기를 제거했다. 주치의의 사망선고가 내려지면 의료진과 유가족 대표는 세브란스 병원 종합관 6층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오후 김 할머니 시신에 대한 부검이 실시될 예정이며, 장례는 오는 25일로 정해져 있다.

박세영·강버들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