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인물>거북선 만든 명장 후예들 ‘하늘나는 어뢰’ 완성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어뢰인 ‘홍상어’가 구축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홍상어체계개발단 연구원들.

‘함정에서 하늘로 솟구친 유도탄이 최고 10㎞를 날아가 낙하산을 타고
바다에 잠수한다. 유도탄에 탑재된 경어뢰(청상어)가 이번에는 초음속으로 물속을 항진해 적 잠수함을 은밀히 타격한다.’ 지난 22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대잠(對潛) 유도무기 홍상어는 한국의 어뢰 및 수중유도탄 기술의 우수성을 과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함정에서 수직발사하는 형태의 대잠수함 유도무기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입니다.

배연숙(61) 홍상어체계개발단장 등 100여명의 연구원이 1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9년 만에 개발에 성공, 한국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습니다. 배 단장은 “홍상어 개발 성공으로 세계적 수준의 해군 대잠 작전능력 확보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함정 표준 수직발사체계도 함께 개발돼 앞으로 다양한 유도무기의 함정탑재 및 운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말 정년퇴임하는 배 단장은 “ADD에 34년간 몸담으며 국산 유도탄기술의 결정체인 ‘명품무기’ 홍상어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겨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배 단장은 그동안 한국형 첨단 유도무기인 지대지 유도탄 ‘현무’를 비롯, 전천후 장거리 공격능력과 해면밀착공격, 회피기동이 가능한 최첨단 함대함유도무기인 ‘해상’ 개발에 참여한 한국 유도탄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배 단장은 “1970년 ADD 창설과 더불어 ‘백곰’ 개발로 시작해 연구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세계 10위권 이내의 유도탄 기술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홍상어의 특징은 유도탄에서 경어뢰가 분리돼 물속으로 입수할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낙하산을 이용하며 유사 장비에 비해 정확도와 사거리가 획기적으로 향상돼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홍상어는 실전배치 중인 4400t톤급 한국형구축함(DDHⅡ)과 7600t급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에 탑재 운용할 수 있습니다.

홍상어 개발이 가능하기까지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중어뢰(백상어)와 경어뢰(청상어) 개발을 위한 연구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습니다. 잠수함에 탑재되는 수중유도무기인 백상어(K731)는 1990년 ADD 주도로 개발돼 스스로 표적을 추적, 90% 이상의 명중률과 국산화율 94.3%를 자랑합니다. 청상어(K745)는 초계함급 이상 수상함과 헬기 및 해상초계기에서 발사해 잠수함을 공격하는 수상유도무기로, 2004년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율이 93%입니다.

ADD는 백상어·청상어·홍상어와 같은 수상·해양 무기 외에도 지상무기인 155㎜ K9 자주포를 1998년 국산 개발해 터키 등에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세계 최강의 화력을 지닌 K2 흑표전차를 개발해 터키에 기술수출하는 등 ‘자주국방의 초석’이자 국산무기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국방부는 ADD가 국내 연구·개발 무기체계 258종 중 57%인 147종을 개발, 전력증강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13조원의 국방 연구·개발(R&D)로 151조원의 경제효과와 20조원의 민수이전 파급효과를 가져와 출범 39년 만에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수준의 국방과학연구소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박창규 ADD 소장은 “우리 손으로 만든 또 하나의 명품, ‘홍상어’를 국민들에게 선보여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홍상어 개발 의의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홍상어는 어뢰는 어뢰지만 ‘날아다니는 어뢰’입니다.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이 어뢰의 본성인데, 홍상어는 어뢰의 본성을 파괴하고, 어뢰가 날아다닐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본부를 둔 ADD는 충남 태안군 안흥종합시험장 등에서 2000여명의 연구원이 첨단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무선과 이순신 등 명장들의 후예인 국방과학의 산실 ADD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