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하반기가 한국경제 분수령이다

정부는 24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아직은 기존의 확대정책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우리 경제를 다시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경제를 보는 신중한 시각은 현재 대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회복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거나 세계 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 있는 위험도 남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이다. 지난 3월 33달러 안팎에서 변동하던 원유 가격은 지금 68달러까지 올라 2배 높아져 있다.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우리 수입은 80억달러까지 늘어나게 된다. 올 하반기에 이 추세로 유가가 오를 경우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물가 또한 크게 오르게 되고 경기는 다시 침체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가 지금과 같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불안했던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연초에 비해 20% 이상 상승하고 있으며, 환율 또한 125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역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는 데 있다. 연초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를 150억달러로 전망했으나 예상과 달리 상반기중 무역수지는 18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무역수지 흑자 폭이 확대됨으로써 우리의 대외 신뢰도를 높여 외국인 주식투자가 유입되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 여부는 무역수지 흑자 폭에 달려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유가 동향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가 현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하반기에 들면서 계절적으로 수출이 더 늘어나게 되므로 무역수지 흑자 폭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다행히 국내의 많은 경기 예측 기관이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67달러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정부의 예상처럼 상향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유가가 크게 오른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원유 수입이 크게 늘어나 무역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가 변화에 따라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에 국제 유가가 안정된다면 정책 기조를 출구정책으로 전환해 물가와 부동산 가격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될 경우 주가는 물론 부동산 가격 또한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재건축 규제도 강화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반기에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미국의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경우 정부는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재정 지출의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사용했기 때문에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기는 쉽지가 않다. 여기에다 높은 유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리기도 어렵다. 거시경제정책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 연세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