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남미 정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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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온두라스에서 28일 오전 쿠데타가 발생, 개헌을 통해 집권연장을 노리던 마누엘 셀라야(56) 대통령이 코스타리카로 추방됐다. 온두라스 의회도 이날 셀라야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하고, 헌법에 따라 로베르토 미첼레티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가 미국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중남미와의 관계개선을 도모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도전을 받게 됐다.

◆ 쿠데타 발생 원인 = 이번 쿠데타는 온두라스 대법원이 개헌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군부에 셀라야 대통령 축출을 지시한 가운데 이뤄졌다. 셀라야 대통령은 내년 1월27일 임기종료를 앞두고 임기연장 개헌을 추진하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셀라야 대통령이 국민투표 준비를 거부한 로메오 바스케스 참모총장 해임을 시도하는 등 개헌추진을 강행하자, 군부는 개헌 국민투표 개시를 몇시간 앞둔 이날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어 온두라스 의회는 셀라야 대통령을 탄핵했다. 온두라스 최고선거법원은 오는 11월29일 예정대로 대통령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셀라야 대통령은 코스타리카 산 호세 공항에서 “무장군인들이 침실에 들어와 잠옷 차림인 나에게 총을 겨누고 납치했다”며 “대통령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중남미정책 시험대 = 온두라스 쿠데타 사태로 중남미 반미국가들과 관계개선을 시도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골머리를 앓게 됐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이 쿠데타를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쫓겨난 셀라야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 등과 가까운 좌파 인사여서, 잘못 나섰다가 ‘미국이 중남미 좌파정권 전복을 꾀한다’는 비난에 말려들 수 있다. 실제로 차베스 대통령은 즉각 ‘쿠데타 미국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셀라야 대통령의 장기집권 시도를 우려하면서도 그의 복권을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의 모든 정치·사회 주체들은 민주주의 규범과 법치, 미주 민주주의 헌장을 존중해달라”며 “기존의 긴장과 분쟁은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대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