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뽑히고… 주먹질 당하고 119 구급대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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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들이 구조를 요청한 민원인에게 도리어 폭행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여성 대원들마저 머리카락이 뽑히고 얼굴과 가슴을 얻어맞는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28일 전국 시·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만 올들어 경찰서 등에 접수된 119구급대원 폭행사건이 9건에 달한다. 2006년 3건이 발생했지만 2007년과 2008년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6월9일 오전 11시20분쯤 전남 담양소방서 소속 김모(여·42)소방교는 담양군 수북면에서 음독 후 실신해 있던 조모(46)씨를 구급차에 태우던 중 조씨가 갑자기 일어나 폭행하는 바람에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해남소방서 진도구급대원 최모(여·31)소방사도 지난 4월20일 오후 진도읍 도로상에 만취상태로 누워 있던 김모(39)씨를 구급차에 태우다 김씨가 발로 턱을 차는 바람에 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울산에서 구급대원이 폭행당한 사례는 2007년 0건, 2008년 2건에 그쳤으나 올들어 6건으로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2006년 15건, 2007년 34건, 올해 6월 말 현재 21건으로 증가추세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2건에 이어 올들어 6월 현재 벌써 2건이 발생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가해자들은 대부분 경제난을 겪는 주취자들로 구급차량이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폭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119대원이 폭행당할 경우 입원이나 경찰조사로 업무공백이 생기고 대원들간에 불안감이 확산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소방대원을 폭행한 당사자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입건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

일부 시·도 소방본부가 구급대원 폭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119구급차량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나 효과는 미지수다. 광주소방안전본부의 경우 지난해말 119구급차량 26대에 CCTV를 설치했으나 올들어서만 5건의 폭행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119대원 폭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구급차에 운전자 이외에 2명을 더 배치하려고 하고 있지만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9구조대의 구조건수는 18만2619건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동물구조(21.4%)·자물쇠 개방(9.9%) 등 긴급상황이 아닌 구조요청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