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농성 68일째… ‘갈라지는’ 평택>“너희 아빠 빨갱이라며?”… “너희 아빤 어용이잖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출근하던 이 회사 직원들이 노조의 시위로 파손된 차량들을 살펴보고 있다. 평택 = 김동훈기자

“너희 아빠는 빨갱이라며?”, “너희 아빠는 어용이잖아.”

경기 평택시청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며칠 전 밥을 먹으러 시내에 나갔다가 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농성 직원들과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의 자녀들이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나 거리에서 이 같은 일이 왕왕 발생한다는 말을 전해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털어놨다. 장기농성 68일째를 맞은 쌍용차 사태가 이제 어린 동심은 물론 지역공동체까지 두동강내고 있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1㎞쯤 떨어진 한 아파트. 750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쌍용차 직원인 이 아파트는 쌍용차 사태 이후 주민들 사이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돼 있었다. 28일 오전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이모(여·44)씨는 “쌍용차 사태 이후 동네 분위기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며 “드러내진 않지만 주민들간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직장동료이자 이웃이 정리해고 이후 입장에 따라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시 칠원동의 한 상가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최모(여·46)씨는 “예전에 같이 다니던 주민들끼리 말도 섞지 않고 서로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걸 보면 쌍용차 사태가 주민들 사이를 갈라 놓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족과 친구간에도 해고자와 비해고자로 나뉘어 깊은 골이 만들어지고 있다. 칠원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지모(여·43)씨는 “휴업과 파업 그리고 점거농성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주민들 경제상황이 많이 어려워졌고 그 때문인지 부부싸움도 늘고 부부 사이가 나빠진 가정도 많다”고 전했다.

쌍용차 공장에서 500m쯤 떨어진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교직원은 “어릴적 친구들 중 상당수가 쌍용차에 다니고 친척들 중에도 여럿이 쌍용차 다니는데 이번 사건으로 사이가 갈라졌다”며 “서로 얼굴 볼일이 생겨도 말도 걸지 않고 냉랭한 기운이 흘러 가운데 끼인 입장에서 누구 편을 들 수도 없고 난처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송명호 평택시장도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동체 붕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변해버린 평택의 상황이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쌍용차 사태가 해결돼 예전의 평택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간절히 말했다.

평택 =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