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동아시아 화해 첫걸음은 공동 역사교과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덕(앞줄 오른쪽 세번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이번 대회 공동대회장으로 참석한 외국인 참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개막식을 갖고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21세기 벽두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역사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바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였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일본의 우익집단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 제작해 지난 2001년 문부과학성의 검증을 통과한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교과서와 새역모의 내분 뒤 출판사를 옮겨 올 4월 검증을 통과한 지유샤(自由社)판 역사교과서. 새역모의 교과서는 지난 2005년 채택률이 0.39%에 불과했지만 지난 4일과 12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시 교육위원회와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구 교육위원회가 내년 봄부터 사용할 중학교 역사교과서로 각각 지유샤판과 후소샤판 교과서를 채택하는 등 올해 들어와 채택이 확산되는 추세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에서 일본과 유럽의 역사교과서 및 역사교육 문제를 다루는 특별심포지엄이 마련된 것도 2011년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 특별심포지엄 발표를 중심으로 일본과 동아시아, 유럽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점검해 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후소샤판이든 지유샤판이든 수정을 시도하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거칠게 일별하면 전근대시기에는 일본이 우월했으며 근현대 시기에는 일본의 잘못이 없거나 적으며 상대국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민지 시혜론으로 대표되는 식민지 지배의 정당화 논리가 들어가 있다.”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 기간 중인 21일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리는 ‘일본교과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송상헌 공주교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의 역사교육적 관점’을 통해, 일본 우익집단인 새역모의 역사교과서 수정 시도는 현장 상황에 무지한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구성주의 교육학의 관점에서 학생은 더 이상 지식의 수용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인식자로서 간주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정보 독점이 불가능한 현대사회의 정보소통 환경의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역모 등이 이렇게 무모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역사교과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논란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역사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특별심포지엄은 동아시아 역사 화해의 첫걸음을 역사교육에서 찾는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중·일관계와 교과서 문제’를 발표하는 천춘룽(陳春龍) 중국민간대일배상연합회 부회장은 후소샤나 지유샤판 교과서 모두 일찍이 비판받았던 일제의 황국사관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일제의 피해를 본 중국인들이 법에 따라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으로부터 민간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 2006년 홍콩에서 설립된 중국민간대일배상연합회의 천 부회장은 중·일 역사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지난 1995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를 계승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일본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21 사무국장이 발표하는 ‘동아시아 시민운동을 통한 역사화해’는 새역모와 새역모에서 분리된 ‘교과서 개선의 모임’, ‘일본회의’ 등 일본 민간에서 역사왜곡의 중심세력인 이들 우익조직과 자민당(일부 민주당) 국회의원의 연계 사실을 통해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다름 아닌 역사 왜곡세력임을 보여준다.

다와라 사무국장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우익조직인 일본회의 의련(議連·의원연맹)에 자민당 의원 50% 이상이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 1998년 총리를 지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이후 총리들 모두와 장관의 50% 이상이 이 단체의 회원이었다. 한국의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 연대’와 제휴해 새역모 교과서 채택 저지 활동을 벌였던 다와라 사무국장과 양다칭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은 지난 2005년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공동 역사교재로 편찬·출간된 ‘미래를 여는 역사’를 예로 들며,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전제가 되는 역사 문제의 해결 및 역사 인식의 공유를 목표로 하는 연구자와 교사, 시민들 간의 초국가적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