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한·일병합 국제법상 원천무효”

오는 29일 한일병합 99년을 앞두고 ‘1910년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이 국제법상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장희(법학) 한국외대 교수 등은 22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관에서 사단법인 평화통일시민연대 주최로 열리는 ‘1910년 한일병합 조약의 역사적 진실규명과 국제법적 평가’ 학술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국제조약이 갖춰야 할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제법상 조약은 ▲조약 당사자가 조약 체결 능력을 갖고 ▲조약 당사자의 대표가 조약 체결의 권한을 가지며 ▲조약 체결 대표자 간 하자 없는 ‘의사의 일치’(Willenseinigung)가 있어야 한다. 또 ▲조약 내용이 가능하고 적법한 것이어야 하고 ▲일정한 조약성립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교수는 “1910년 한일병합 조약은 내용상 조약 체결 대표에 대한 강박에 의해 체결되었고, 전권 위임장도 없는 사람이 체결한 데다 추후 (고종) 황제의 비준도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일제 식민지 강점 및 침탈 관련 한·일 조약 및 협정은 국제법적으로 처음부터 소급하여 확실하게 무효(null and void)”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일본 측이 한반도에서 취한 1910년 전후 모든 행위들은 부당하고 불법인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한국과 일본 간의 과거청산에 대해 도덕적 책임 뿐 아니라 법적 책임에도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찬(국사학) 서울대 교수도 ‘한국 황제는 통치권 양여 조약안을 재가하였는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병합조약안에 대해 (고종) 황제가 어전회의에서 ‘구두’로만 처리했기 때문에 황제가 병합조약안을 재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시 일본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황제의 재가를 공문서로 작성해 처리한 반면, 한국은 절차를 따르지도, 공문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한국 황제가 재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약 체결 권한을 위임하는 위임장에 친필서명을 하고 국새를 날인한 것은 일본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