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금강산, 대북제재와 무관하다지만…

미국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1874호 이행을 총괄하는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이 2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유엔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개성·금강산관광 재개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폐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관광이 개성에서 금강산, 나아가 백두산까지 확대될 경우 이같은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안보리 결의안 1874호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이날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결의안 1874호는 인도주의, 개발 목적 등에 대해선 예외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현재로서는 금강산이나 개성관광, 개성공단 등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성·금강산관광은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사안으로 분류되어 남북간의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 재개될 수 있게 됐다. 현재 개성공단은 가동 중이지만, 개성관광은 북한의 12·1 통행제한조치에 따라 중단됐고, 금강산관광은 지난해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 후 중단된 상태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추구하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에 대해 예외를 허용한 것은 일차적으로 개성과 금강산을 대북 레버리지로 삼겠다는 한국정부의 뜻을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 1874호가 발표된 후 미국측에 “금강산 사업은 안보리 결의안 1874호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골드버그 조정관이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남측의 대북프로젝트가 대북레버리지 수준에서 벗어나 북한의 달러박스가 될 경우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사견임을 전제로 “안보리 결의안 1874호에 개성·금강산관광 관련 조항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제2차 핵실험까지 한 상태에서 과거처럼 대규모 달러가 북한에 유입되도록 허용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견해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