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발묶인 北, 南에 ‘대화하자’ 잇단 제스처

북한이 25일 오는 10월3일 추석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을 수용하고, 9개월만에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도 정상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남북대화 의사를 잇달아 타진하고 있다.

북측의 이같은 ‘유화’ 조치는 지난 23일 북측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조문단)’이 2박3일간 서울을 방문하고 귀환한 지 이틀만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있는 북측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의 남측 연락관이 건 남북 직통전화에 응답했다. 지난해 11월13일 일방적으로 직통전화를 단절한 지 9개월 만이다. 또 21~23일 북측 조문단의 서울 방문 당시 잠시 복원했다가 24일 다시 중단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북측이 그동안 남북 당국간 주요 통신채널이었던 판문점 5회선을 복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당국간에 각종 남북관계 주요 현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측은 또 이날 오전 복원된 판문점 라인을 통해 남측의 남북적십자회담 제안도 수용했다. 20일 대한적십자사가 유종하 총재 명의로 오는 26~28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 협의를 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고 북측 적십자회에 제의한 지 5일 만이다. 한때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적십자회담에 북측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적십자회담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을 뒤엎은 셈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이는 200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북측의 이같은 유화 제스처는 깊이와 속도 모두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은 지난 13일 137일째 억류했던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를 석방한 데 이어,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하고, 17일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사업 5개항에 현대그룹과 합의했다. 또 21~23일 북측 조문단을 파견, 남북교류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따라 이날로 예인된 지 27일째인 ‘800 연안호’ 귀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북측 조문단과 면담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미국과 대화하려다가 그쪽에서 선을 그으니까, 우리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북측 사정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