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한국진출 100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올해로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9월19일부터 25일까지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인다.

수도원측은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분원 피정의 집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관 수도원 100주년 행사 기간, 전 세계 베네딕도회 연합회의 총재 아빠스(대수도원장) 21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왜관에서 열고, 각국 수도원에서 축하 사절들이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베네딕도회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09년 2월25일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사 2명이 인천을 거쳐 서울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조선 대목구장이던 뮈텔 주교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이들은 그해 서울 백동(혜화동)의 가톨릭대 성신 교정 자리에 한국 가톨릭 교회 최초의 남자수도원을 설립해 숭신사범학교와 숭공기술학교를 설립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20년 교황청이 베네딕도회에 함경남북도를 관할하는 원산교구를 위임하자, 1927년 베네딕도회는 백동 수도원을 포기하고 원산 근처의 덕원 수도원으로 이전한다.

덕원 수도원이 운영한 덕원신학교는 당시 한국 가톨릭의 유일한 인허가 신학교로 원산 교구뿐 아니라 연길, 평양 교구의 신학생들이 함께 공부했다. 지학순 주교, 김남수 주교, 윤공희 주교가 이 학교 출신이다. 덕원 수도원은 해방 뒤 공산정권 수립으로 강제 폐쇄됐고 독일인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를 비롯한 독일인 수도자들과 한국인 신부들은 옥사, 또는 피살되거나 강제노동을 하던 중 사망하고 살아 남은 수도자 일부만 1954년 독일로 송환됐다.

왜관 수도원은 덕원 수도원에서 쫓겨나 월남한 한국인 수도자들이 다시 왜관에 모여 1952년 6월 설립한 것. 왜관 수도원은 그 뒤 독일로 송환된 선교사들이 다시 왜관으로 재파견되면서 본당 사목, 교육, 복지, 문화 사업 및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을 본격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왜관 수도원은 본 행사에 앞서 9월11, 12일 이틀 동안 역사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어 19일부터 시작되는 본 행사 기간에는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안셀름 그륀 신부가 서울, 왜관, 부산 등을 돌며 강연에 나서고, 왜관 수도원에서는 20일부터 겸재 정선 화첩 전시회도 연다.

정선의 그림 21점이 담긴 이 화첩은 1925년 한국을 방문했던 독일 노르베르트 베버 아빠스가 수집해 간 것으로, 2005년 영구 임대방식으로 한국에 반환됐다.

이에 앞서 30일 왜관 수도원은 지난 2007년 4월 화재로 소실된 성당과 수도원 건물 일부에 대한 공사를 마치고 성전 봉헌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베네딕도회 수도자는 모두 145명으로 이중 70여명이 왜관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