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일본 닻 올랐다>“日 ‘對美 대등외교론’ 차츰 현실적 노선으로 변할 것”

8·30 일본 총선에서 압승한 일본 민주당이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 추구를 외교원칙으로 제시함에 따라 향후 동북아의 한·미·일·중 관계가 요동을 칠 전망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시대 미·일동맹과 한·미·일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 국무부 일본과장,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일본 방위청산하 방위연구소 총괄연구관, 박영준 국방대 교수와 긴급 e메일·전화인터뷰를 통해 점검했다.

◆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 국무부 일본과장

―‘대등한 미·일관계’를 추구하겠다는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보는가.

“일본 민주당 정부는 외교에 있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구하겠지만, 일본의 외교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1993~94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정부 때는 물론 심지어 사회당 정부 때도 일본외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등한 미·일관계 주장은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얘기인가.

“미·일동맹은 미·일양국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것인 만큼 근간은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동맹의 부분적인 문제들, 예컨대 주일미군 관련 문제 등이 약간 재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가 아시아 중시론을 펴고 있는데, 이것이 한·미·일·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이 한·중 관계를 향상시키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한·중·일 관계 중시론을 편다고 해도 그게 한·미·일 관계와 제로섬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 다케사다 히데시 일본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 총괄연구관

―향후 미·일동맹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미·일동맹에 대한 하토야마 대표의 생각은 자민당의 입장과 유사하지만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이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의 생각은 사회민주당적 견해를 갖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자민당보다 파퓰리즘적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미관계에서 보다 동등한 관계를 추구해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미·일동맹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데.

“민주당은 자민당에 비해 유엔평화유지군 파견 등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국이 우려를 하고 있다. 민주당의 외교안보정책이 현실에서 구체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1월이 민주당이 보다 구체적인 외교정책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될 것이다. 인도양에서 활동중인 미군기들에 일본이 계속 공중급유를 허용할지 여부가 그때 결정될 것이다.”

―하토야마 시대 한·중·일 관계에 대해 전망한다면.

“현재 민주당은 그 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한·중·일 3자대화는 활성화할 것이고, 이것을 통해 민주당은 일·미 안보관계에서 보다 독립적인 위치를 찾으려 할 것이다.”

◆ 박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하토야마 대표의 대미대등외교론이 노무현 정부 때의 자주적 대미외교를 연상시키는데.

“하토야마 대표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의 대미레토릭과 유사하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점차 학습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적 외교노선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하토야마 대표의 발언은 일본의 외교주권을 좀더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본다.”

―민주당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국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조화될 것으로 보는가.

“하토야마 대표가 견지하는 대미대등외교는 어디까지나 미·일관계 전반의 세부적 사항을 수정하겠다는 것인만큼 민주당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핵군축, 기후변화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의 지향점과 유사하다.”

―하토야마시대 한·일, 북·일관계 전망은.

“한·일간에는 독도문제를 빼면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한·일간에 영토문제가 갈등상태로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가려 할 것이다. 북·일관계는 과거 자민당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관계 진전 움직임이 있을 경우 북·일정상회담도 시도될 수 있다. 하토야마 대표의 할아버지인 하토야마 이치로는 1956년 일·소관계를 정상화시켰던 일본총리다. 따라서 하토야마 대표도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취할 수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