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통에 빠진 영국 청소년들

영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술과 지나친 사랑에 빠졌다. 청소년 복지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는 영국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일 공개한 청소년 복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16세 이하 청소년의 음주율이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임신 비율은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4위로 조사됐고, 청년 백수 ‘니트족’의 비율도 4번째로 높았다.

영국 청소년들의 음주는 오래전부터 큰 사회 문제가 됐으나, 이번 조사에서 미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2배나 음주 비율이 높아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3~15세 청소년의 33%가 적어도 2번 이상 음주를 한 경험이 있었다. 미국은 12%, 프랑스는 14%였다. 특히 15세 청소년 중에서도 여학생들의 음주 비율이 50%로 남학생(44%)보다 높았다. 13세 청소년의 5분의 1은 “과음을 한다”고 응답했다. 10대 임신율은 2005년 신생아 1000명당 23.4명이었고, 16세 이하 청소년의 70%만이 양쪽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 한 부모 가정 비율이 높았다.

경기 침체로 대학 진학률과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며, 니트족도 양산되고 있다. 니트족은 학생도 아니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직업 훈련 역시 받지 않는 사람들로 영국 15~19세 청소년 중 11%가 이에 속했다.

OECD 보고서가 발표되자, 영국에서는 청소년 복지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보다 어린 청소년들을 집중 지원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싱글 맘 가정에 지급되는 높은 지원금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 부모 가정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금이 청소년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국민 한 명이 출생부터 18세까지 성장할 때까지 9만파운드(약 1억8100만원)를 지원한다. OECD 평균인 8만파운드(약 1억6100만원)보다 많다.

한편 피터 만델슨 영국 비즈니스 장관은 1일 심각한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발표한다. 저탄소 에너지 및 디지털 산업, 생명 과학, 제조업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약 150만개의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의 실업률은 지난 6월, 14년 만에 최고치인 7.8%를 기록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