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나눔으로 칠하고, 사랑으로 그리는 ‘희망의 갯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 영등포지역단 여의도FA지점 보험설계사들이 8월29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마을 어귀 담장에서 대학생 벽화 자원봉사단원들과 함께 백미리마을의 특성을 담은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ufokim@

따가운 햇살과 청량함이 어우러진 가을의 초입인 지난 8월2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마을.

20여명의 남녀가 마을 어귀 한 시멘트 담장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벽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의 낭만을 뒤로한 채 벽 색칠에 여념이 없는

이들은 삼성생명 영등포지역단 여의도FA지점 남녀 보험설계사들.

이들은 미술대에 재학 중인 벽화 자원봉사자들이 미리 그려 놓은 밑그림 위에 다양한 색을 입혔다.

“저기요, 물감통에서 붓을 뺄 때 통을 이용해서 붓에 묻어 있는 물감을 좀 덜어줘야 해요. 그냥 벽에 칠하면 나중에 말랐을 때 그림이 울퉁불퉁해지고 지저분한 느낌이 나거든요.” “아, 그렇군요.”

벽화를 그리고 있는 한 보험설계사의 붓이 서툴자 대학생 자원봉사자 한 명이 곧바로 지적했다. 벽화가 원래 구상대로 잘 나올 수 있도록 세밀하게 조언한 것.

한참 뒤 벽에 바지락, 망둥이, 갈매기, 낙지, 배 등의 모양이 나오자 아저씨 아줌마 보험설계사들은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 보험설계사는 마침 나들이를 온 한 아이가 신기한 듯 바라보며 작업장 주변을 어슬렁거리자 아이에게 붓을 쥐어 주었다. 아이에게 맡겨진 임무는 망둥이 한 마리 색칠하기. 그러나 붓은 아이의 생각과 달리 망둥이 밑그림을 한참 벗어나 바다로 표시된 부분까지 넘어갔다. 아이의 얼굴에 갑자기 그늘이 진다. 벽화를 그리던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걱정하지 마. 대학생 언니들이 잘 해결해줄 거야.”

삼성생명 여의도FA지점 보험설계사들의 백미리마을 봉사활동은 유쾌함 그 자체였다.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그리는 사람, 입으로 그리는 사람, 열심히 그렸는데 색깔이 영 어색하게 나오는 사람, 시종일관 무언가 먹어대며 그리는 사람 등등 천태만상이었다.

삼성생명이 백미리마을의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은 자원봉사활동으로 벽화를 그리는 미대생들과 협력관계를 쌓아 왔기 때문. 전에도 충남 지역 한 마을에서 공동으로 무궁화를 그린 적이 있다. 이번에도 삼성생명은 백미리 주민들에게 벽화를 그려 주겠다고 먼저 제안했고, 주민들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벽화 작업을 하게 됐다. 백미리마을은 수도권과 가까이 있는 데다 갯벌이 상당히 넓어 갯벌 체험장으로 유명하다.

강경임 삼성생명 여의도FA지점장은 “출장 중인 보험설계사를 제외한 30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나왔다”며 “봉사활동을 오기 전에는 귀찮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일단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면 모두 좋아하고 보험설계사 간 단합도 전보다 훨씬 잘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답게 광범위하게 1사1촌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백미리마을과 같은 어촌 마을 7곳을 비롯한 117곳의 전국 농어촌 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하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수산물 구입, 지역 복지시설 기증, 농어촌 일손 돕기, 도농교류활동, 농어촌 마을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일을 한다.

특히 백미리마을에선 매년 여름 보험설계사 연수를 하는 등 백미리와 삼성생명과의 관계는 ‘갯벌처럼’ 끈적끈적하다.

오후 5시쯤 드디어 벽화가 완성됐다. 바지락, 망둥이, 낙지 등 마을 특산물이 곳곳에 들어 있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폭 12m, 높이 2m의 거대한 벽화였다. 때마침 갯벌에서 쓰레기를 주운 이른바 ‘쓰레기조’도 푸대에 쓰레기를 가득 담아서 돌아오고 있었다.

하루 전 백미리마을에 와 벽화 밑그림을 그리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은 여학생 7명도 벽화 앞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는 등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김미연(24·홍익대 동양화학)씨는 “벽화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삼성생명 사람들을 알게 돼 함께 일하고 있다”며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대기업에 갖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화성 =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