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간 빼먹는 ‘작업대출’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모집, 관련 서류를 위조해 주고 교육까지 시켜 부당 대출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작업 대출’ 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신용등급이 낮거나 과다 신용조회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모집해 서류를 위조하고 대출상담 교육까지 시켜 사기 대출을 받게 한 혐의(사기 등)로 김모(37)씨 등 ‘작업 대출’ 조직원 3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통해 대출을 받은 혐의(위조 문서 행사 등)로 이모(여·28)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각종 인터넷사이트 댓글을 통해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100% 대출 가능’ 등의 광고를 내고 이씨 등의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 총 20여차례에 걸쳐 5억여원의 부당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일당은 총책과 문서위조책, 대출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출을 원하는 고객을 유치, 이들의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하도록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일당은 특히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위조 서류 내용을 암기하도록 교육하는가 하면 114에 유령회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등록시켜 놓고 금융기관의 확인 과정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상 재직 회사에 전화를 걸면 김씨 일당이 받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신용조회나 현지 방문 등을 하지 않고 전화 상담으로만 대출을 해 주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들 일당이 대출을 신청해 거부당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 일당은 대출이 성사되면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30~70%를 떼어 간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송모(27)씨는 김씨 일당을 통해 A은행에서 3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원을 뜯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