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vs “자율 경쟁”

이동통신 요금논란이 독과점 논란으로 국면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7년 폐지된 정부의 요금변경 명령권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국가기관 소속 연구원의 주장이 제기돼 이통 요금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요금변경 명령권을 재도입할 뜻이 전혀 없다”며 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관련업계는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통업계는 ‘통신요금 국제비교 조사단’을 구성, 국내 현실에 맞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요금수준을 먼저 판단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경쟁정책연구그룹장은 3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통 요금정책 세미나에서 “KT와 LG텔레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SK텔레콤의 5분의 1 및 25분의 1 수준”이라며 “국내 이통 시장의 집중화된 구조가 고착화된 데다 경쟁이 정체돼 있어 선발사업자의 상당한 초과이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 위원장도 이날 패널토론 사회를 자청, “이통 시장은 독점 형태의 과점시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정부의 개입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연구그룹장이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주파수 차이 해소 등의 제도적 노력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행정지도만으로 과도한 요금인하를 유도할 수 없다면 시정 명령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은 “2007년 정부의 명령권 폐지로 시장자율 경쟁에 큰 진전을 가져왔는데 이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과 기업의 경영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통신요금 국제비교 조사단을 구성,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요금 수준을 판단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즉각 반박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명령권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연구원 개인의 소신일 뿐”이라며 “정부의 입장은 오히려 정반대로, 규제개혁 취지를 이제 와서 역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통 시장의 고착된 독과점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이견 없이 이날 토론회가 끝남에 따라 경쟁 활성화 문제를 둘러싼 정부·업계 간의 힘겨루기가 한층 거세질것으로 전망된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