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세종시 발언’ 쟁점 부상

정운찬 국무총리 지명자의 ‘세종시 건설 수정 추진’ 발언 후 세종시 문제가 정치권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정 지명자의 발언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인준과 연계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자유선진당도 이에 적극 가세하는 형국이다.

박병석·홍재형·오제세 의원 등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총리 지명자가 세종시 건설의 수정 추진을 언급한 것은 충청 지역을 볼모로 총리직을 구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 지명자가 발언을 번복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다시 밝히거나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준 반대는 물론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재형 의원은 “충청권 출신 신임 총리를 대리로 내세워 세종시 원안 추진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퇴 촉구 궐기대회를 열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 5역회의에서 “정 지명자가 경제적 효용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세종시에 대해 깊이 파악하지도 못한 채 원안 추진이 어렵다고 말한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여당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기름’을 부었다. 차명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청와대에서 세종시를 추진하되, 유령도시가 안 되게 하는 방법이 뭔가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가 조만간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세종시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우리 원칙은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7대 대선 당시 정 지명자 영입에 관심을 보이다 결국 헛물을 켰던 민주당이 ‘철저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정 지명자가 총리에 임명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전략상 인사청문회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정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 준비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지명자는 (민주당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며 선을 그은 것도 민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백기기자 bkikim@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