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호주에 3-1 완승

허정무호가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벌인 호주와의 대결에서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에 터진 박주영, 이정수의 연속골에 이어 후반 막판 설기현의 쐐기골로 한 골을 만회한 호주에 3-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허정무호는 지난해 2월6일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로 시작된 24경기 무패행진을 25경기로 늘렸고 호주와의 A매치 전적도 6승8무7패로 균형을 맞춰 나갔다.

A, B 두 조로 나뉘어 치러진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각 조 1위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호주와 한국의 대결은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무대로 압축됐다.

사실상 한국의 열세가 예상됐다. 호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14위로 한국(49위)보다 35계단이나 높았다. 더욱이 호주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경기(6승2무)를 치르는 동안 단 한골만을 내주는 탄탄한 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여기에 사령탑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코치와 감독을 역임한 핌 베어벡 감독. 호주대표팀의 에이스 해리 큐얼(터키 갈라타사라이), 팀 케이힐(에버턴)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였다.

따라서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을 이동국과 함께 투톱으로 선발 기용하고, 배려 차원에서 지난 12일 파라과이 평가전에 부르지 않았던 박지성, 이청용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등 베스트 멤버로 선발 진용을 꾸렸다.

한국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전반 4분만에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지면서였다. 호주의 패스미스 상황에서 공을 가로챈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들며 찔러준 스루패스가 문전쇄도하던 박주영의 발에 정확히 걸렸고, 골지역 오른쪽 모서리에서 차 넣은 땅볼슛이 그대로 골대 구석에 꽂히며 첫 골을 신고했다. 지난 12일 파라과이 평가전 선제결승골에 이은 박주영의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의 두번째 골은 전반 20분 프리킥 찬스에서 만들어졌다. 기성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으로 차올린 프리킥이 김정우의 발끝을 거쳐 이정수의 힐킥으로 연결됐고, 공은 프리미어리거 수문장 마크 슈워처(풀럼)가 손 써볼 새도 없이 그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호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는 전반 33분 한국의 골대 왼쪽에서 마크 브레시아노가 반대쪽으로 차올린 간접 프리킥을 패트릭 키스노르보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한골을 만회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국을 불러들이고 1년3개월만에 재발탁한 설기현(풀럼)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그러나 대표팀을 떠난 시간이 길었던 데다 현재 소속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던 탓인지 감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매끄럽지 못했다. 1년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왕년의 주장’ 김남일(빗셀고베)도 후반 26분 이청용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으나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종료시간이 다가오면서 동점골을 노리는 호주의 공세가 더욱 거세진 가운데 이운재의 선방이 빛났다. 후반 27분 쉐인 스테파누토의 중거리슛을 점프해 쳐낸 이운재는 후반 32분 브레시아노의 프리킥을 또 한번 골포스트 위로 쳐내면서 위기를 넘겼고 후반 41분, 침묵하던 설기현이 박지성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헤딩골로 연결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