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작 ‘애니’ 부활의 날갯짓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부활할 수 있을까.

2003년 ‘원더풀데이즈’의 참담한 실패 이후 10년 만에 블록버스터급 장편 애니메이션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인공은 2012년 개봉을 목표로 기획 중인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폴, 엄마가 간다!(가제)’. 한국이 제작과 기획을 맡고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린 타로(林重行)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전체 프로덕션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따로 설립해 전담할 예정이며 프로덕션의 일부는 일본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매드하우스’가 맡는다.

‘대한민국 콘텐츠페어 2009’ 참석차 내한한 린 타로 감독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풀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 첫 작품인 ‘요나요나 펭귄(12월 일본 개봉)’ 작업을 마친 뒤 한국 쪽의 제의를 받고 참여하게 됐다”며 “풀CG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미국이지만 아시아권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권 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폴, 엄마가 간다!’의 총 제작비는 18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총 제작과 기획, 시나리오와 입체화(3D) 작업을 맡을 예정이며 연출과 캐릭터 제작은 그 분야 강점을 가진 일본 측이 맡는다. ‘클래식’, ‘올드보이’, ‘사이보그 그녀’ 등의 제작자인 지영준 프로듀서가 총 기획과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지 프로듀서는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지만 한국이 기획하고 시나리오와 총 제작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며 “동적이고 캐릭터 중심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맞서 동양적인 터치로 2D와 3D의 강점을 모두 살린 새로운 차원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비 18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한국에서, 나머지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지 프로듀서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