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왜곡보도 책 출간은 내 의무”

“책을 내지 않는다면 더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 입장에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4월 방송됐던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제작진의 의도적인 왜곡 문제를 제기했던 공동 번역자 정지민(27)씨가 지난 1년여의 경험을 정리한 책을 출간한다. 10월 초 출간되는 ‘주(柱)-나는 사실을 존중한다’는 지난해 한국 사회를 극단의 갈등으로 몰고 갔던 광우병 공포의 진실을 기술한 책이다.

정씨는 16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떠나서 내 책이 ‘합리적인 것을 지향하는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기록으로 남기는 데 의의를 뒀지만 지금은 책이 어느 정도 반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제가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한국을 떠나면 또 곡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PD수첩 사태’가 빚어진 뒤 모든 계획을 중단해야 했다. 이미 지난해 초 역사학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유학 준비를 마쳤지만 계획은 1년 넘게 미뤄졌다.

“모른 체하고 유학을 가겠다고 생각했다면 방송 내용이 이상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떠났겠지요. 제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아요.”

출판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형 출판사들은 출간을 고사하거나 상업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출간을 도와준 신생 출판사(도서출판 시담)와 계약하면서 신경 쓸 일은 많아졌지만 책의 모든 내용을 정씨가 직접 통제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됐다.

“기본적인 교열과정 말고는 제가 부록 토씨 하나까지 다 결정했어요. 책 출간 과정에서 보니 우리나라 출판업계도 전반적으로 좌편향돼 있더군요. 사회과학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분들은 ‘독자층은 원래 진보가 많다’고 생각해요. (좌편향된) 그런 책만 내다 보니 독자들이 형성된 것인데도요.”

책 제목 ‘주’는 T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해설의 주(註)와 주요하다는 뜻의 주(主)까지 중의적인 의미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