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접목한 가구, 예술이 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배경으로 구조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추구한 장 프루베의 가구들. 왼쪽의 1930년작 안락의자는 현재 한 점당 거래가격이 15억원에 이르는 프루베의 초기 작품이며, 오른쪽은 1950년대 초반 작품인 트라페제 탁자.

오랜 세월 나무 소재 위주이던 가구디자인에서 새로운 소재와 구조의 실험이 이뤄진 것은 1930년대였다. 이 무렵 프랑스의 건축가겸 가구디자이너 장 프루베(1901∼1984)는 “가구의 건축이나 주택의 건축이나 다를 것은 없다”며 철제가구와 조립식가구를 선보였다. 금속이 가구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건축적인 구조와 실용성을 갖춘 미니멀한 가구들이 등장했다.

20세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선구자 장 프루베의 작고 25주기를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18일부터 11월28일까지 열린다. 서울전에는 프루베의 오리지널 가구를 비롯해 드로잉, 건축 모형, 사진과 영상 등 세계적인 디자인미술관인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 소장품 위주로 총 90여점이 선보인다. 프루베 가구는 그동안 국제갤러리의 가구인테리어전 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돼 왔지만 회고전 성격의 대규모 작품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루베의 초기작품인 1930년작 안락의자는 현재 한 점당 거래가격이 15억원에 이르며, 프루베가 세계2차대전 후 대학교 등 공공시설의 인테리어용으로 제작했던 도서열람용책상 의자와 책꽃이 등은 지금도 미술관 갤러리의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등 디자인의 명작으로 꼽힌다.

프루베의 가구는 세계적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미술품 컬렉터인 배우 브래드 피트 그리고 살림살이의 노하우를 비즈니스로 확장시켜온 마샤 스튜어트의 수집품 목록에 올라있는 ‘현대가구의 고전’이며, 국내서도 친숙한 이미지의 가구들이다.

전시작 중 대표작은 1930년작 안락의자를 비롯해, 1930년 현대미술가연합 그룹전에 출품됐던 ‘접는 의자’ 및 저비용의 대량생산용 스탠더드체어 시리즈도 포함돼 있다. 1930년작 안락의자는 양 팔걸이와 비스듬히 젖혀진 등걸이를 갖춘 휴식용 의자로 실용성 및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며, 접는 의자도 처음 제작된 6점중 2점이 이번에 서울에 온다.

이번 전시는 가구의 건축적 구조를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장 입구와 정원에 3m 크기의 트라페제 탁자를 설치하고 컴퍼스 테이블, 안토니 체어를 전시장 천장에 매다는 등 입체적 구성을 시도했다.

전시에서 특히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공간은 프루베의 집을 재현한 ‘메종 드 장 프루베’다. 프루베의 거실에 놓였던 가구 및 인테리어 사진들을 통해 가구디자인에서 예술과 기술의 접목을 추구했던 작가의 미학을 접해볼 수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금속세공인으로 출발한 프루베는 건축 및 가구디자인에서 금속을 적극 활용했다. 나무판에 길쭉한 삼각자 모양의 강철다리를 댄 의자와 탁자 등 금속과 건축의 디테일을 가구에 적용시켰다. 세계2차대전 후엔 프랑스 낭시 외곽의 맥세빌에 장 프루베 아틀리에를 열고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장네레, 칸딜리스 등 유명건축가들과 함께 협업했고, 1958∼1971년 파리 국립예술기술학교 교수로도 재직했다.

이번 프루베 가구전은 주한프랑스대사관과 프랑스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프랑스 문화축제 ‘프랑스 엑스프레스2009’를 대표하는 행사의 하나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