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5자 분열 책략 안 먹히게 할 것”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8일 뉴욕 유엔총회 및 피츠버그 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 출장을 앞두고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구상과 최근 북·미관계 진전 움직임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 간담회에서 “2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을 볼 때 북한의 의도는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춘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지속적인 핵개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규정했다.

북한이 최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후 억류 여기자들을 석방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을 파견하는 등 제스처를 보이고 있으나 이같은 북한의 대남, 대미 유화조치가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 때문은 아니라는 게 유 장관의 판단인 것이다.

유 장관은 특히 북한을 6자회담의 틀로 복귀시키기 위한 한·미·일·중·러 5개국의 협의가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 뒤 “북한이 5자를 분열시키며 시간을 끌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상하는 방안을 5자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최근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북·미대화 문제와 관련,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방법적인 면에서 유연할 수 있으나 원칙에서는 확고하다”면서 “미국측에서 최근들어 북한에 제공될 인센티브 등이 논의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 및 에너지 지원, 수교 등 모든 인센티브가 제공되겠지만,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의 대북접근법에 대한 한·미 온도차 문제와 관련, “미국이 대북대화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와 나서지 않을 경우 초래될 부정적 결과를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최근 밝힌 대북인센티브 제공론은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대북문제를 신중하게 상황 관리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시적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는 한 제재는 지속될 것이고, 대화의 모색도 어디까지나 제재가 지속되는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에서 제기되는 대북인센티브와 관련,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