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5 + 2 광역 경제권의 3대 성공 조건

주요 국가의 최근 지역개발 동향을 주시해보면 공통되는 하나의 특성이 나타난다. 지역 간 경계를 뛰어넘어 보다 넓은 공간을 대상으로 글로벌 차원의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특성이다. 개별 행정구역을 초월한 이러한 지역 발전 현상을 네덜란드의 저명한 지역 개발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팔루디 델프트공대 교수는 ‘연성공간(Soft Space)’ 현상이라고 했다. 과거의 고정된 영토 개념인 ‘경성공간(Hard Space)’ 현상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다.

16일 이명박 정부는 행정구역을 초월한 ‘한국형 연성공간’인 5+2광역경제권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지역 발전은 광역경제권, 경쟁력 강화, 차별화된 지역 특성, 지역 재정 지원으로 집약될 수 있다. 전국을 5개의 광역형, 2개의 특별형으로 경제권을 구분해 향후 5년 동안 약 12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획기적인 지방소비세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하고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공동 발전을 위한 ‘지역상생발전기금’도 운영하기로 했다. 창조적 시도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초월한 광역적 발전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의 세부 전략이 실천돼야 한다.

첫째는 지역 간 대(大)공조체제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지역 발전은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한 구조에서 이뤄졌다. 이웃 지역끼리 상호 협력하기보다는 자기 행정구역에만 집착한 소모적 경쟁이 팽배했다. 그러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상실하고 돈만 많이 들고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했다. 광역경제권 방식은 이웃 지역과 공동으로 계획하고 공동으로 집행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이 공동 발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역간 관련 자치단체간의 협력뿐 아니라 대학간, 기업간, 상공단체간 등 다양한 분야의 다각적 협력이 촉발되는 대공조 체제를 이룩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 이기주의를 떨쳐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는 핵심도시권 전략이 필수적이다. 전국을 효과적으로 개발하자면 지렛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광역경제권별로 핵심 거점권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핵심 거점권은 결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도시권이 될 것이다. 특히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 발전이 국토 발전의 중추가 될 수 있다. 대도시권의 취약한 경쟁력을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야 한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주요 대도시의 산업구조를 녹색성장형 산업으로 재편하고 도심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도시 재생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 핵심 도시권 발전 구도에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경인도시권 발전 전략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지금부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초월해 세계를 직시하는 국토전략만이 유효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속도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지역 개발에 있어 시간의 중요성이 실로 절정에 달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맞추어 전략적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 실천하는 일은 미래 국가 발전의 지름길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 이후에는 국가 순위 사다리 올라가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 변화가 부여하는 기회를 대거 몰아오자면 세계 경제가 피크에 이를 2020년을 기준으로 적어도 그 5년 전쯤인 2015년을 전후해 주요 지역개발사업의 1차적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이번 광역경제권 계획을 빠른 속도로 추진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 이후의 세계 질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스피드 모드를 장착한 지역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광역경제권은 대공조-도시권-속도경쟁력 등 시·공·인(時空人)의 삼각 패키지로 치밀하고도 과감하게 실천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박양호 / 국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