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보다 ‘당근책’에 무게둘 듯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놓고 대화와 제재라는 두 카드를 동시에 들고 국제외교무대에 섰다. 무대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와 피츠버그 주요20개국(G20)금융정상회의다. 어떻게 상충하는 가치를 조화시켜 북한을 6자회담, 또는 다자대화의 장에 복귀시켜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과제다.

스스로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국제무대에 선 이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당근책’제시에 보다 강조점을 둘 전망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인식 한쪽에는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이나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9·15 연합뉴스·교도통신 인터뷰)는 부정적 평가가, 또 한쪽에는 “북한이 핵포기 결심을 보여준다면 정부는 북한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하겠다”(8·15경축사)는 당위론이 충돌해왔다.

이 대통령의 강조점이 ‘유화’ 방향으로 옮아가는 데는 최근 미국과 북한 간에 물밑대화 기류가 급물살을 탈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자칫 혼자 제재 일변도로 나가다가는 주도적인 논의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양자 및 다자대화에 응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천명한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6자회담 복귀를 통한 비핵화논의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지만, 대화의 틀과 관련해 남북당사국 주도 원칙이 견지된다면 ‘2+4회담’과 같은 변형된 틀의 수용 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중요한 의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포기의 대가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5자협의의 유용성을 주장하며 이를 주도해온 지 오래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6·16 워싱턴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접근법’을 제안해 동의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란 말로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러 가지 조치들에 대해 5개국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대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외교통상부는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라는 용어가 정치·경제적 보상의 ‘선물 보따리’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의 대체용어로 지난 8월25일 ‘통합적 접근법(Integrated Approach)’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화가 시작되면서 제재가 풀리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비가역성’이라는 핵심개념도 포함시키기 위해서다.

뉴욕 =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