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456개 가져가는 ‘타미플루’

한 개인이 적정 용량(법용량)의 45배까지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등 ‘과잉 처방’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미플루 비축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종의 사재기 현상도 눈에 띄어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이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타미플루 처방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1~6월) 동안 4만7045개의 타미플루가 6504명의 환자에게 처방됐다. 1인당 처방량은 3월 4.96개에서 4월 7.44개, 5월 10.15개, 6월 12.07개로 급증했다. 이 중 법용량(1일 2회씩 5일간 경구투여)을 초과한 ‘과잉 처방자’들은 416명(6.4%, 총9464개)으로 1인당 22.75개를 처방받았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한 의료기관에서는 1인에게 456개나 되는 타미플루를 처방, 법용량의 45배 이상 ‘과잉 처방’됐다. 대구 중구와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서도 개인에게 각각 150개와 127.6개의 타미플루가 처방돼 ‘사재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HSBC은행은 건강검진기관인 KMI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국에서 1970명분의 타미플루를 산 뒤 해외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예방 차원에서 지급해 왔다. 지난 11일과 15일에는 각각 강남구의회와 밀양시의회 의원들이 해외출장을 가면서 보건소로부터 ‘비상약’으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