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부가 본 한국 근대사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43년에 걸쳐 조선대목구장(목구는 교구가 설치되기 전의 준교구)을 지내며 한국 천주교회를 이끌었던 뮈텔(1854~1933) 주교의 일기가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8권의 전집으로 묶여 완간됐다.

뮈텔 주교는 자신이 교구장에 임명된 날인 1890년 8월4일부터 선종 직전인 1933년 1월14일까지 교구장 재임 기간의 사목활동과 교회 안팎의 주요한 사건들을 자세히 일기에 적었다. 뮈텔 주교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적힌 일기의 분량은 6000쪽이 넘는다.

뮈텔 주교는 교회 내적으로는 선교사와 신자들, 외적으로는 주한 외교 사절과 조선 정부의 외국인 고문들, 조선의 관료, 고종 황제, 일제 통감과 총독 등의 고위 관료들을 만나며 겪은 일들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

또 천주교 세례교인이었던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국내 분위기와 천주교의 반응,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한일병합, 3·1운동, 6·10만세운동 등에 대한 일들을 자세하게 적었다.

“드망즈 신부가, 한 한국인에 의해 이토공이 암살되었다는 소문이 장안에 나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러 저녁 5시경에 왔다.(…) 이토공의 이번 암살은 공공의 불행으로 증오를 일으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습은 일본인이나 몇몇 친일파 한국인들에게서만 보일 뿐이고 일반 민중에게는 오히려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더러 그런 감정이 아주 전반적이다.”(1909년 10월26일)

이 일기는 한국교회사연구소장이었던 고 최석우 몬시뇰이 1983년 번역을 시작한 이래 25년 만인 2008년 7권과 8권을 발간했으며 최근 8권을 모두 묶어 전집으로 펴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