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위작 시비 마침표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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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시비로 2년째 법정 공방 중인 박수근의 ‘빨래터’ 논란이 오는 11월4일 선고 공판에서 과연 가려질 수 있을까. 공판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위 여부 등 관련 의혹은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여기에 작품 유통경로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혼선을 더하고 있다.

‘빨래터’의 원소장자로 알려졌던 미국인 존 릭스(82)는 지난 9월29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1950년대 중반 한국 체류 때 화구 등을 지원했던 박수근 화백으로부터 ‘빨래터’를 선물받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해 ‘빨래터’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진품’이라고 증언했던 그는 기자회견에서는 “‘빨래터’를 포함한 박수근 그림 5점을 2006년 8월 소더비경매를 통해 프라이빗 세일로 팔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존 릭스가 대리인을 통해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 ‘빨래터’를 출품한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옥션에 작품을 낸 위탁자는 존 릭스가 아니라 소더비를 통해 작품을 구입한 제3자라는 새로운 사실이 공개된 것. 이날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소더비를 통해 ‘빨래터’를 산 사람을 설득해 위탁 거래했다”며 “위탁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빨래터’의 위작 의혹을 제기한 류병학씨와 과학감정을 맡았던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보존관리학과 교수는 6일 “작품의 유통 경로가 불투명하며 실제로 존 릭스가 ‘빨래터’를 소장했다는 뚜렷한 증거조차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2007년 5월 서울옥션을 통해 45억2000만원에 거래된 ‘빨래터’는 그해 12월 미술 전문지 ‘아트레이드’에서 위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였고, 서울옥션은 작년 1월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옥션이 진위 감정을 의뢰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와 한국과 일본의 두 대학부설연구소는 각기 비공개 육안 감정과 과학 감정을 거쳐 진품으로 판정내렸으나, 최명윤 교수는 “제시된 과학 감정 자료를 토대로 ‘빨래터’를 진품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이의를 제기해왔다. 진위 논란이 일면서 경매에서 ‘빨래터’를 낙찰받았던 소장자는 서울옥션측에 작품을 반환했으며, ‘빨래터’는 현재 서울옥션이 보관 중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