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입 절실한 저탄소 주택 ‘그린홈’

국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를 올해 안에 정해 발표하기로 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에 따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국민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많아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배출량이 15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이 증가했을 정도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에너지 사용량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의 절반 가량을 소비하는 산업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 효율면에서 실제로 많은 개선을 이뤘다. 그러나 냉난방, 조명 등을 포함한 건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전체의 23% 가량을 차지하는데도 이렇다 할 개선 움직임이 없었다. 오히려 국민의 소득과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건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 시스템 때문에 매년 낭비되는 에너지 비용만도 5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수단은 에너지 소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주택을 일컫는 ‘그린홈’을 적극 도입, 보급하는 것이다. 최근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에 그린홈에 대한 내용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는 것은 건물 분야 에너지 소비량 절감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 잠재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린홈의 가장 큰 장점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에너지 비용까지 동시에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단열 성능 향상 및 공기 출입 통제를 통해 난방 에너지의 50% 이상 절감이 가능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너지 절약형 주택)와 신재생 에너지 등의 기법이 적용된 그린홈 100만채가 보급될 경우 연간 약 1조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120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비용으로, 건물의 수명까지 고려하면 절감액은 모두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 각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그린홈 건립 지원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패시브 하우스와 같은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한 주택을 건립, 보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는 모든 건축물의 신축 및 매매 거래 시 자동차 연비등급처럼 ‘에너지 효율 등급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유럽처럼 건물 분야에서 강력한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던 것은 현재의 에너지 소비 패턴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온실가스 저감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그린홈의 설계기술과 공법 개발, 그리고 보급 사업에 필요한 초기의 경제적 부담 또한 자발적으로 감내하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의 인식 변화만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린홈을 건설하는 주택사업자에게는 층고 제한 및 용적률 완화, 그린홈 주택 구입자에게는 저리 융자나 취득·등록세 경감 등과 같은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관심을 높이고 보급사업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그린홈 추진 사업은 사회 전 계층이 전반적인 희생을 감내하고 함께 노력함으로써 얻어지는 ‘건물 분야의 녹색혁명’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표본이 될 그린홈의 개발 및 보급이 국가와 국민의 필요성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조용주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