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전인교육의 힘은 교사 경쟁력과 책임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미국은 대입 교육제도,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잘 정착된 나라다. 주디 린 겐샤프트는 4000여개 대학의 총장들이 가입돼 있는 미 대학교육협의회(American Council on Education) 회장이자 사우스플로리다대 총장직을 맡은 미 교육계의 파워 우먼이다.

겐샤프트 회장은 “입학사정관제를 잘 정착시킨 배경에는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포트폴리오 방식을 잘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포트폴리오라는 평가척도를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경험했던 자원봉사활동, 음악 등 예술분야의 경험, 스포츠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기활동 등이 포함됩니다. 단순히 성적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했는가가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되겠죠.”

겐샤프트 회장은 “예를 들어 의대에선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추천서 등은 물론 학생의 감성적인 분야, 정서적인 분야까지 본다”고 소개했다. 입학사정관제의 포트폴리오는 전인격적 특성 또는 인간성을 검증하는 도구다.

“미국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한 것은 근래의 일입니다. 학생들의 성공을 이끄는 힘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 경제적 지위, 부모들의 교육수준, 그리고 얼마나 끈질기게 공부했는가 하는 지속성 등입니다.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척도는 데이터나 숫자를 포함하지만 이는 전체 패키지의 일부일 뿐입니다. 입학사정관들은 이런 다양성을 보는 겁니다. 교수들이라고 해서 학생 선발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의 성적이 커트라인 경계선에 있다면 교수와 사정관 등으로 구성된 입학위원회가 결정하는 정도입니다.”

겐샤프트 회장은 학생의 전인적 특성을 발견하고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이 대단히 중요하며 이 때문에 각급 학교와 교육단계에서 교원평가가 제도화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높은 경쟁력과 높은 성과는 바로 이같은 교사의 경쟁력에서 출발합니다. 교사는 바로 새로운 지식 기반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들입니다. 교육이 차이를 만듭니다. 이는 교사의 책임성, 즉 교원평가제와 연관됩니다.”

이 대목에서 겐샤프트 회장은 특별히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사의 책임성은 결국 대학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면서 “그만큼 교사들이 사회공동체에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교사의 책임을 어떻게 다하느냐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 교사로서의 자격을 논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강력한 교원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 결과는 급여와 승진 등 모든 분야에 연계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겐샤프트 회장은 한국의 사교육비 문제는 한국 특유의 현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엔 그런 정도의 사교육비 문제는 없습니다. 결국 공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 아닐까요.”

공교육의 질과 관련해 겐샤프트 회장은 미국 내 공교육기관인 영재학교(gifted school), 특성화학교(magnet school), 국제학교(international baccalauret)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머리가 특별히 좋은 학생들은 영재학교, 언어·예능·수학·과학 등 특정분야에 강한 학생들은 특성화학교, 해외연수 등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려는 학생들은 국제학교로 보내지죠. 대학과 정부가 우수학생들을 뽑아 특별교육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학교 내에서도 특별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겐샤프트 회장은 “이들 프로그램이 바로 공교육의 일부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공립교육은 학교 내에서 경쟁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공립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사립학교 출신들보다 성적이 더 좋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립학교로 몰리고 있다는 게 겐샤프트 회장이 밝히는 ‘공교육 강화, 사교육 근절’의 비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겐샤프트 회장이 느끼는 한국은 젊고 미래가 밝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기를 배우라고 한 데 동의합니다. 한국의 교육열은 정말 대단합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학부모들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학생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보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한국의 학습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사우스플로리다대에 교환학생 등으로 와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의 실력도 매우 뛰어납니다.”

겐샤프트 회장은 한국의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이 점차 글로벌화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감명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겐샤프트 회장은 이어 “미국의 대학들은 학제적 접근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한국의 대학 역시 더 이상 협소한 분야에 대한 지엽적인 연구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학제간 협력과 공동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겐샤프트 회장은 다문화사회와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종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다른 관점, 다른 가치관 등을 서로 이해하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글로벌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상호문화에 대한 존중, 문명화된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여성은 성(gender)으로서가 아니라 성취(accomplishement)를 통해 위상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겐샤프트 회장의 이번 한국 방문은 네번째다. 한국과의 인연은 1993년 뉴욕주립대 재직 시 국제담당업무를 맡으면서 국내 유수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영남대에서는 명예문학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팔찌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강원 춘천에서 샀다며 자랑했다.

“김치도 정말 사랑합니다. 김치를 많이 먹어서 건강한 것 같아요.”

겐샤프트 회장은 오는 15일 이화여대 총장인 이배용 한국 대교협 회장과 만나 양국간 교육현안과 교류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서울대에서 열리는 세계대학 총장포럼에 참석해 주제발표도 한다.

“내가 사는 플로리다주는 해양오염 등으로 물 문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녹색성장’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앞으로 물과 에너지를 화두로 하는 글로벌 과제의 해결을 위해 두 나라가 손을 잡고 나가면 좋겠습니다.”

겐샤프트 회장은 언제나 푸른색 계통의 옷을 입고 다닌다. 그는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공식, 비공식행사에서 가급적 그린색의 옷을 입는다”며 활짝 웃었다.

인터뷰=허민사회부장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