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지도를 그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개관한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의 꽃형상 작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창작공간 모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옛 인쇄공장에서 지난 7일 개관한 금천예술공장.

인적이 뜸하던 재래시장 지하상가가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 상인과 소통하며 치열하게 작업하는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신당지하상가에서 16일 개관한 신당창작아케이드에는 공예위주로 작가 40명의 작업실 및 공동작업실과 전시실이 들어섰다. 작가들은 한복주단집 횟집 등의 40여개 점포와 이웃한 상가 작업실에서 이웃작가 및 상인과 교류하며 한밤중까지 붉을 밝힌 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예술공간’ 혹은 ‘아트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서울도심 및 지방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올들어 드라마센터를 남산예술센터로, 홍익대 앞 옛 동사무소 건물을 서교예술실험센터로 바꿔놓았던 서울시는 지난 7일 옛 인쇄공장 자리에 금천예술공장을 개관한 데 이어, 16일 상권이 쇠락한 시장 지하상가에 창작공간을 신설했다.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선 옛 직업전문학교 건물을 개조한 대규모 경기창작센터가 29일 개관한다. 용도 폐기된 공장지대를 예술인촌으로 재탄생시킨 중국 베이징의 ‘다산즈798’,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와 차별화되는 한국형 아트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국내서 새로운 문화지도를 이뤄내고 있다.

◆ 한국 아트레지던시의 역사 = 시각분야를 포함해 각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아트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국내서 시작된 것은 1990년 중반.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때 광주 중외공원 안에 국내 최초의 공립창작스튜디오인 팔각정창작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아트레지던시의 시작은 패션업체 쌈지가 1998년 서울 암사동 사옥에서 출발해 2000년 홍대앞으로 옮겨 7층 건물에서 출발한 미술작가 입주프로그램이었다. 작가 스튜디오 및 전시장, 공연장을 갖추고 국내외 작가들에게 3개월~1년간 작업실을 제공했고, 작가전을 열었다. 지난 3월 폐관 전까지 10년간 쌈지 입주프로그램은 실험적인 국내외 작가들의 산실로 현대미술을 선도해왔다.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가인 김홍석 장영혜 정연두 함진 이형구 양혜규씨를 비롯해 박찬경 고낙범 김창겸 함경아 한젬마 이수경 플라잉시티 조습 잭슨홍 송상희씨 등 현재 스타작가들이 쌈지 레지던시 출신들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서 예술가 입주 프로젝트가 확산됐고, 현재 전국에 40여개의 국공립-사립 창작스튜디오가 운영중이다. 서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난지창작스튜디오, 창동스튜디오 외에 최근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 공간이 늘어났다. 수도권에도 영은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 가나아트센터의 장흥아뜰리에, 금호미술관의 금호창작스튜디오가 생겼고, 최근엔 출판사 박영사, 두산, 크라운해태제과 등 기업이 관리하는 레지던시도 등장했다.

◆ 작업실 제공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해외 네트워크 추진 = 아트레지던시들은 작가들이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근래 작가 교환 및 전시 등 해외기관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는 추세다.

초기 레지던시가 주류 문화공간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실 및 작품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었다면, 최근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지자체의 창작예술공간 프로그램은 작가들과 지역사회 및 주민과 만나는 색다른 예술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해졌다. 국제교류를 통해 해외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크도 강조되고 있다.

국내작가뿐 아니라 해외작가로까지 입주 대상을 확대시키는 한편, 해외 선진 레지던시와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관리하고 경기도미술관이 운영하는 경기 안산의 경기창작센터는 국제적 아트레지던시를 지향, 개관행사로 아트레지던시 운영자들의 연합기관인 레즈아티스와 공동으로 ‘아트레지던시와 다른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모색해보는 콘퍼런스를 30~31일 연다.

연말까지 초기 프로그램에 김승영 김을 민정기 박준범 신미경 등 국내작가 16명을 비롯해 캐나다의 브랜든 페르난데스, 남아공의 데이브 사우스우드, 칠레의 프란시스코 발데스 등 외국작가 8명을 초대했고, 해외 레지던시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창작센터는 매년 여름 비엔날레 성격의 연례기획전 및 아트페어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서머페스티벌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