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말 부산의 어이없는 참사와 ‘관광 한국’

주말 부산의 어이없는 참사는 대한민국의 선진화 좌표 그 이면에 가려진 후진국(後進國)의 단면을 재각인시키고 있다. 14일 한 실내 실탄사격연습장이 화마(火魔)에 싸여 또 숱한 인명이 희생된 참사는 더없이 민망한 후진 한국의 실증(實證)이다. 고귀한 인명의 희생에 더해 이명박 대통령이 싱가포르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질책’을 받아야 했고, 국내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일본인 관광객 유족 앞에 무릎을 꿇어 “타국 땅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분들의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 또한 깊이 숙여야 했다. 유족들은 “원인을 규명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희생자 국적에 앞서 16명 사상이 ‘예정된 귀결’과 다를 바 없었던 점을 새삼 개탄한다. 안전기본시설의 미비, 불과 여드레 앞서 6일 점검을 마친 시설이라는 점은 물론, 3년반 전인 2006년 4월 서울 반포지역의 실탄사격장에서 화재를 겪은 사실이 아무런 교훈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판에 박은 듯 재연했다. 화인(火因)은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지만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데도 불연성 소재 사용 및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길가여서 진화도 구조도 어려웠던 점부터 화근이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당국은 사격 및 사격장 단속법·소방시설 설치유지·안전관리법의 허점을 방치하면서 ‘다음 참사’를 다시 기다릴 것인가.

이번 참사는 정부가 2010∼2012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연간 1000만 관광객 유치를 내세운 지 사흘 만이다. 9월까지 방한한 외국인 577만여명 가운데 근 40%가 일본인, 하지만 ‘관광 한국’은 그들 229만여명보다 화마에 스러진 8명을 먼저 기억해야 하며, 우리 역시 삼가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