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가이트너

‘오바마노믹스(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실무 집행자인 티머시 가이트너(사진)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1년도 안돼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예 후임자 실명까지 거론하며 가이트너 장관의 낙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23일 “의회가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실망하면서 가이트너 장관에 대한 지지 열기가 쇠퇴하고 있다”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가이트너를 대체할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몇몇 정책입안자들이 다이먼을 가이트너의 후임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가이트너 장관이 전국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실업률, 달러화 약세, 더딘 경기회복속도, 날로 급증하고 있는 재정적자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는 최근 의회가 가이트너 장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열린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가이트너 장관은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케빈 브래디(텍사스) 하원의원은 가이트너 장관을 직접 겨냥, “정부 경제 정책은 실패했고 모든 책임은 사실상 당신에게 있다”고 공격했다. 피터 데파지오(오리건) 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방송에 나와 “미국인에게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되찾아주려면 두 개의 일자리만 더 희생하면 된다”며 가이트너 장관과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의 퇴임을 주장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상 오바마 노믹스에 따른 가시적 성과물이 없다는 여론의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787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음에도 실물경기 회복이 더딘 흐름을 보이자 의회와 여론은 날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비슷한 표적이 되고 있지만, 4년 임기를 추가로 보장받음으로써 이제 비난의 화살이 오롯이 가이트너 장관에게 향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다이먼 회장은 금융위기를 통해 ‘록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금융업체들이 위기 속에서도 보너스를 올려 원성을 산 반면 다이먼 회장은 수 차례 “직원들 재능을 사기 위해 월급 봉투를 두껍게 만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가 필요로 할 때마다 각종 부실채권을 사들이는가 하면 언론기고문을 통해 ‘대마불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 백악관의 신뢰를 얻어왔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