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불연재’ 법안 지지부진… ‘火’ 키운다

지난 11월19일 경기 이천시 대월면 W물류창고.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2개 동 9100㎡가량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지난해 1월과 12월에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물류창고 화재 예방 대책은 관련법 개정 지연, 업계 이해관계 등이 얽히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9일 국토해양부와 노동부,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고 화재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들의 대책 마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W물류창고 화재의 경우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 ‘유기단열재’를 사용한 샌드위치패널이 피해를 키웠다. 가격이 저렴해 창고 건축에 많이 사용되는 유기단열재 샌드위치패널은 불이 쉽게 옮겨 붙어 화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연성이 뛰어난 미네랄울이나 글라스울을 소재로 하는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2년 전에 밝혀졌지만 대책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5월 관련 내용을 담아 입법예고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 국무총리실 규제 심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규제 심사 일정이 몰렸고,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2008년 말 기준 전국의 창고 중에 바닥면적이 3000㎡가 넘는 곳은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건축법 개정안은 ‘건축물 바닥 면적 3000㎡ 이상의 경우에 난연성(難燃性·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 내부 마감재료를 설치’하도록 해, 바닥면적 3000㎡ 미만인 창고는 규제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창고들은 개정안 시행 후에도 유기단열재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규모가 큰 경우에도 작은 창고로 나눠짓는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유기단열재 샌드위치패널을 외벽에 사용할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개정안은 ‘내부 마감재료’에 대해서만 난연 성능을 요구, 바닥면적 3000㎡ 이상 창고의 외벽을 샌드위치패널로 만들 경우 개정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형주(소방방재학) 경원대 교수는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지상에서 최소 1.8~2m 정도는 내화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