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 생활의 상처 ‘왈칵’…“새해엔 좋은 일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29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민족대안학교 교실에서 북한이탈주민 자녀와 중국동포 자녀들이 사회적응을 위한 심리극 치료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엄마는 왜 나를 버렸어요? 엄마 때문에 매일 불안하고 집중도 안돼요. 난 사랑받지 못할 거예요.”

“너도 이제 다 컸으니 엄마는 잊고 새엄마에게 엄마라고 불러.”

“힘들고 불안하겠지만 그만 나쁜 마음은 내쳐야 해. 빗나가면 안돼. 새엄마를 엄마라고 부르고, 친엄마에 대한 나쁜 마음도 잊어버려.”

“그래요. 새해엔 아빠와 새엄마에게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기쁜 일들만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민족대안학교 교실. 중국동포 출신으로 10년 전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와 귀화한 박모(14)군이 자신과 아버지, 심리상담사, 자신 순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심리극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부모의 이혼으로 집중력 부족과 지적 능력 저하, 성격 장애까지 겪게 된 박군이 ‘마음의 문’을 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응어리들을 풀어낸 것. 객석에서 “힘내”, “용기있게 극복하자”는 격려의 말들이 쏟아졌다. 말문을 연 박군과 그 사연을 듣는 관객들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2008년 8층 건물에서 몸을 던져 자살까지 시도했었다는 박군의 표정도 한결 밝아지는 듯했다.

한민족대안학교는 2008년 5월 북한이탈주민 출신 최욱(여)씨 등이 중심이 돼 만든 국내 최초의 북한이탈주민 및 중국동포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다. 6명의 교사 모두 북한이탈주민 출신이고 현재 북한이탈주민과 중국동포 2세인 초·중학생 20명이 재학중이다.

이날 관객이 돼 참관한 학생들도 모두 박군과 비슷한 처지다. 재학생 중 17명은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궁핍 등의 이유로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어 사실상 한가족과 다름없다.

심리극 치료는 서울 용산경찰서와 세종사이버대 심리상담학과가 연계해 지난주부터 매주 한번씩 진행하고 있다. 원수현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아이들이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주변으로부터 지지받고 격려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욱 교장은 “2010년에는 심리극 치료를 넘어 아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담은 연극을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