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영화 아바타, 자연숭배 부추겨” 혹평

로마교황청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공상과학영화 ‘아바타’에 대해 “자연숭배를 부추긴다”고 혹평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바티칸 라디오’는 최근 영화 ‘아바타’가 영상 효과는 볼만하지만, 친환경 메시지를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특히 “아바타가 자연 숭배와 관련된 강신술에 빠져 있다”며 “놀랍고 황홀한 기술을 보여주지만 진실한 감정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또 아바타에 대해 “영화의 줄거리는 독창적이지 않고 메시지도 새롭지 않다”며 “이 영화의 가치는 엄청난 시각 효과”라고 주장했다. 바티칸 라디오도 “생태계를 새 ‘밀레니엄 종교’로 변모시키는 모든 유사 독트린을 교묘하게 다루고 있다”고 영화를 혹평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과거 ‘다빈치 코드’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런 보도가 신학적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연을 새로운 ‘신’으로 만들 위험에 대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의 평소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자연보호 필요성을 역설해 ‘녹색 교황’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우상숭배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9일 로마에서 ‘아바타’ 레드카펫 시사회가 개최됐고, 15일 개봉된다.

이와 반대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영화 ‘아바타’가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12일 관영 ABI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10일 딸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으며, “영화가 보여주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과 자연보호를 위한 투쟁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