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세종시 무산시키면 후회하게 될 것”

4일 열린 임시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예상대로 세종시 수정 문제로 여야간,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 장관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여당내 친이·친박 의원들이 워낙 뜨겁게 격돌하는 바람에 야당의원들은 오히려 싸움판 주변부로 밀려나는 형국이었다.

먼저 질문에 나선 친박 유정복 의원은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없는 세종시 수정안을 하루 빨리 철회하는 것이 국론분열을 막고 국력낭비를 막는 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철회를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 의원은 “정부측은 효율성과 신뢰라는 허구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지만 신뢰가 없는 효율은 신기루일 뿐”이라며 “세종시는 신뢰 대 국익의 대결이 아니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대국민 약속이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세종시 원안은 지켜져야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그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본질은 없어지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정치적 공방으로 진행되는 것은 대단히 잘못”이라고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이 대통령 직계인 백성운 의원은 “세종시 발전안이 무산되면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한 삼성, 한화, 웅진, 롯데와 맺은 협약(MOU)은 어떻게 되느냐. 세종시 문제가 장기표류할 경우, 이들 기업이 해외로 투자처를 돌릴 소지는 없느냐”고 총리에게 물었다. 백 의원은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지정방침은 발전안이 무산돼도 유효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라”고 촉구하고, “발전안이 무산된 뒤 그 발전안을 취할 걸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지역이나 정당, 지도자들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이 박상은 의원은 “세종시 원안도 수정안도 모두 정치논리로 탄생한 기형아”라며 “정부가 정말 국가백년대계를 고려한다면 둘다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세종시 공약은 오직 표를 얻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뒤 “총리는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든지, 대통령직 사퇴를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인 이재선 의원은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원안을 뒤엎으려는 이유는 서울, 수도권 부동산 하락에 대한 강남의 부동산 졸부 등 지지층의 반발 때문이고, 수정의 배경에는 재벌급 건설사와의 결탁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답변에서 “충청도민들은 속으로 수정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만 거기 가서 반대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자기 의사를 표출하지 못한다”고 말해 친박과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