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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떠나온 곳에 다시 갈 기회를 가진 젊은이들이 부러울 뿐이다.”

미국 정부의 달 탐사 계획을 총지휘했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는 1977년 65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어렵게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것과 달리, 다음 세대는 더 많이, 더 자주, 더 쉽게 달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는 단 한번도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 미 - 러, ‘아, 옛날이여’=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번달 초 의회에 제출한 2011년 회계연도 예산에 유인 우주탐사 ‘컨스텔레이션’ 계획에 대한 예산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이 2020년까지 다시 달에 우주인을 보내 탐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참사 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를 채택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결단에 따라 미국의 달 재착륙 계획은 취소되거나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2020년까지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달을 화성탐사의 발진기지로 만들겠다는 미 정부의 당초 계획은 민간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데다, 이미 9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시기에 단기적으로는 달 탐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밝힌 것처럼 미국에 이어 러시아도 달 탐사에서 한발 물러섰다. 2012년 달에 무인탐사선 및 궤도위성을 발사한다는 러시아의 ‘루나 글로브’는 언제 재개될지 미지수다.

◆ 아시아로 넘어온 달 탐사 = 중국은 1992년부터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시동을 걸고 ‘창어공정 프로젝트’를 마련, 2007년 4월 달 탐사위성 ‘창어 1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올해 안에 달 탐사위성 ‘창어 2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창어 2호’는 2년 전에 발사된 중국 최초의 달 탐사위성 ‘창어 1호’와 비슷하지만, 달 주위를 도는 고도를 200㎞에서 100㎞로 낮추고 지면 10m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정밀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무인 우주선의 달 착륙, 2017년 유인 우주선 달 착륙 및 귀환 계획을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군사·경제 라이벌인 인도도 2008년 10월 달 탐사 우주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해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우주선은 2009년까지 달 주위를 돌며 달 표면 자원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9월 달 표면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쾌거를 올렸다. 인도는 ‘찬드라얀 2호’를 통해 달의 토양을 조사하고, 오는 2020년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킨 후 2025년에 자체 제작 우주왕복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이처럼 뒤늦게 달 탐사에 열심인 이유는 달이 가진 자원 때문이다. 달에는 방사성 물질을 내뿜지 않으면서 미래 에너지 핵융합발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헬륨3’와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티탄철석’이 있다. 또 달을 화성탐사 등의 전초기지로 사용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 달과 관련된 소유권 논란 = 미소 냉전시대 달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달의 소유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서로 달을 군사기지로 만들 것을 두려워한 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달의 식민지화’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 양쪽에서 나란히 개발되면서 군사전략이론은 힘을 잃었다. 또 남극조약 같은 것을 달에도 적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강대국 중 어느 나라도 군 기지를 설립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며 국제 공동 소유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90여개국이 이에 동의했다. 한때 러시아 우주공업기업 ‘에너지아’는 “달을 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