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국고 250억 들여 1961년 중수 당시 모습으로 복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에서 열린 착공식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숭례문 누각의 포부재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위를 가로지른 부재인 ‘평방(平枋)’을 해체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국보 제1호 ‘숭례문(崇禮門·남대문)’의 복원공사가 지난 10일 시작됐다. 방화로 목조 누각 건물인 문루(門樓)의 2층 등이 소실된 지 2년 만의 일이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서울성곽)의 정문이었다. 경복궁이 조선의 국왕을 상징한다면 숭례문은 수도인 한양 나아가 나라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숭례문이 가설덧집에 둘러싸여 복원공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던 지난 2년간은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의 상징이 사라진 기간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2012년 말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올 숭례문의 모습을 기대하며 앞으로 3년 동안 진행될 복원공사에 대해 알아본다.

1. 연혁과 방화 피해 현황은

숭례문은 한양도성 축조의 일환으로 1396년(태조 5) 1월9일 착공돼 2년 만인 1398년(태조 7) 2월8일 완공됐다. 1447~1448년(세종 29~30) 수리를 거쳐 1479년(성종 10) 현재의 규모로 개축된 이후로는 1860년대 문루 보수를 제외하고 대규모 공사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숭례문은 중앙부에 홍예문(虹霓門)을 낸 높이 약 8~8.3m(현 지반에서 높이 6.67m), 폭 12m의 거대한 석축기단(육축·陸築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인 2층의 문루가 세워져 있는 형태다. 우진각 지붕(4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에 몰려 붙은 지붕)은 한 문루만 높이가 13.8m, 연면적 311㎡에 달한다. 숭례문은 일제에 의해 좌우성곽(성벽)이 훼손되고 한국전쟁 때 부분 파손을 당한 뒤 1961~1963년 전면 해체수리됐다. 하지만 2년 전 방화로 문루 가운데 2층의 90%, 1층의 10% 정도가 소실됐다. 숭례문 문루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목재 물량은 13만1493재(材·1재는 3×3×360㎝·0.00324㎥). 이중 약 36%인 4만7609재가 당시 화마로 피해를 당했다.

2. 지난 2년간 어떤 일들이 진행됐나

2008년 2월10일 화재 직후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안전조치와 훼손 부재 수습 등 현장 처리 작업이 진행됐다. 2008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는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훼손 부재 2987점의 실측 및 분석작업과 숭례문 주변 발굴조사, 석축기단 구조안전진단, 고증조사, 실시설계 등이 진행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이 진행하고 있는 발굴조사는 올해도 숭례문 석축기단 주위에서 진행되며 그동안의 조사 결과 숭례문 성곽 및 주변의 원래 지형과 동서 성벽의 기초부, 조선시대 건물터 등이 확인됐다.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수습된 현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로 옮겨져 지난해 복원이 완료됐다.

3. 복원공사의 기본 방향은

아쉽게도 조선시대 숭례문을 창건하거나 수리한 직후 펴냈을 것으로 보이는 공사기록보고서인 ‘영건의궤(營建儀軌)’ 등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치면서 소실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숭례문 복원공사는 화재 직후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화마를 입기 전인 1960년대 중수 당시 모습을 기준으로 삼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지난 2006년 서울 중구청이 발행한 숭례문 정밀실측조사보고서에 실린 182장의 도면과 1960년대초 발간된 수리보고서가 근거 자료다. 이와 함께 1907~1909년 일제가 훼손한 좌우(동서) 성곽 일부와 일제강점기 때 홍예문 입구 바닥 등지에 흙을 쌓아 1.5m 이상 높아진 지반도 원래대로 복원해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을 재현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이에 따라 숭례문 동쪽 남산자락으로 88m의 성곽을, 서쪽 대한상공회의소 방향으로 16m의 성곽을 각각 복원할 예정이다. 기존 부재는 자문위원회 자문을 받아 최대한 재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4. 복원공사 일정은

국가직영으로 공사를 추진키로 한 문화재청은 지난 2008년 5월 전담행정조직인 숭례문복구단(단장 김창준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을 구성했다. 숭례문 복구에 필요한 예산 250억원도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는데 이중 55억원은 지난해 가설덧집 설치와 실시설계 비용 등으로 집행됐다. 지난 10일 착공식 이후 오는 3월말까지는 1층 문루의 부재(部材·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 해체작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는 숭례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를 맡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기능보유자인 신응수(68)씨도 참여해 훼손 부재의 재사용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문루 해체에 이어 좌우 성곽을 연결시키기 위해 석축기단 양쪽 일부를 해체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올해는 동쪽 성곽 일부(50%)를 복원하며 총 104m 길이의 좌우 성곽 복원공사는 2012년까지 이어진다. 해체된 문루의 조립은 현재 경복궁 숭례문 부재보관소에 보관돼 있는 원목의 1·2차 치목(治木·재목을 다듬고 손질하는 일)과 건조를 거쳐 2011년 9월부터 시작된다. 2012년 3월 문루를 조립하는 목공사가 완료되면 기와올리기와 단청이 시공되고 2012년 말 현판을 걸고 가설덧집을 해체하는 것으로 복원공사는 완료된다.

5. 어떤 장인들이 참여하나

지난 1962년 숭례문 해체보수 공사에 참여했던 신응수 대목장이 도편수로 선정된 것을 비롯,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보유자 홍창원(55)씨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 석장 기능보유자 이재순(54·석조각)·이의상(68·석구조물)씨 ▲중요무형문화재 제121호 번와장 기능보유자 이근복(60)씨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 기능보유자 한형준(81)씨 등이 이번 복원공사에서 각 분야를 이끌 우두머리 장인으로 참여하게 됐다. 모두 국가에서 인간문화재로 인정한 최고의 기술자들이 뽑힌 것이 특징이다. 신 대목장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목수 34명 중 10여명을 숭례문 목공사에 투입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6. 복원에 필요한 목재는

숭례문 복원을 위해서는 화마를 입은 총 4만7609재의 목재가 확보돼야 한다. 현재 경복궁 숭례문 부재보관소에서 강원 삼척시 준경묘(조선 태조의 5대조인 이양무 장군의 묘)에서 벌채한 대경목(특대재) 10그루와 국민기증 소나무 21그루의 껍질을 벗겨 1년째 말리고 있다. 이밖에 10년 정도 건조된 원목 338개도 기증받아 지금까지 확보한 소나무는 총 2만4000재에 달한다. 또 지난해 불탄 목재를 조사해 ABCD로 등급을 매긴 결과 재활용이 가능한 B 등급 이상이 38.8%로 판단돼 1만8470여재가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나머지 5000여재만 확보되면 나무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숭례문복구단의 이정연 사무관은 “기둥이나 대들보 감은 모두 확보돼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얼마든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관돼 있는 목재들은 오는 4월 중 도끼나 큰자귀 등으로 1차 치목을 한 뒤 다시 1년 정도 건조시킨 후 대패를 사용하는 2차 정밀 치목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 대목장은 “추녀로 사용할 곡재(휘어진 부재) 2개가 부족하지만 숭례문은 100% 우리 소나무로 복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7. 그밖의 돌·철물·기와 조달 상황은

총 길이 104m, 높이 9.5m(성벽높이 8.3m + 여장높이 1.2m)에 달하는 숭례문의 좌우 성곽을 복원하는 데는 ▲대규격(123×61㎝) 354개 ▲중규격(92×46㎝) 590개 ▲소규격(21×30㎝) 3555개 등 총 4499개의 석재가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재질과 색상 등을 종합분석해 동일한 석재를 생산하는 석산(石山)에서 성곽 석재를 확보하는 한편 소규격인 자유센터 성곽돌 약 600개를 가져와 사용할 계획이다. 기와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KS 규격 기와’ 대신 한형준 제와장과 상의해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기와를 사용키로 했다. 숭례문에는 암키와와 수키와, 암막새, 수막새, 각종 장식기와 등 총 2만2400여장의 기와가 필요하나 여유분을 포함해 3만여장을 주문할 계획이다. 다만 한 제와장의 전남 장흥 가마로는 물량을 대기 어려워 문화재청은 전통 기와 가마를 새로 만들어 강도와 흡수율, 동파실험 등을 한 뒤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공사에 사용되는 각종 연장과 3t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각종 철물은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조선시대 철물과 동일한 성분의 철괴(鐵塊)를 공급받은 뒤 공사 현장 주변에 대장간을 설치해 이곳에서 직접 제작할 계획이다.

8. 전토기법의 범위와 한계는

문화재청은 목수와 석수 등 현장 인부들이 한복을 입고 작업하며 숭례문 복구에 쓰일 기와와 철물을 전통기법으로 제작·사용하는 등 숭례문 복구 전 과정이 전통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주말에 공개관람 제도를 운영해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도끼와 큰자귀, 망치, 정 등 전통도구를 사용해 목재나 석재를 다듬거나 전통방식으로 철물을 제작하는 과정 등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공정을 전통기법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안전모와 보호장비를 갖추고 해야 할 문루 해체 시 한복을 입고 작업할 수는 없는 것이며 가설덧집 안에 크레인이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거중기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9. 국보 제1호 지위는 유지되나

숭례문은 화재 직후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국보 제1호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물론 복원공사 완료 뒤 재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숭례문이 국보 제1호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준 국장은 “2년 전 당시 문화재위원회에서 숭례문이 문루만이 아니라 홍예문을 비롯한 석축기단을 포함해 국보로 지정된 것이며 문루도 2층만 완전히 불탔을 뿐 1층은 구조가 잘 남아 있다는 이유로 국보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숭례문이 가진 역사성과 장소성도 국보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한몫했다. 사실 1960년대 당시도 문루를 거의 새로 짓다시피 한 수리공사 와중에서 숭례문은 1962년 12월 국보 제1호로 지정됐다.

10. 정부의 방재대책은

숭례문 방화사건은 우리 국민들의 문화재 인식이나 정부의 목조문화재 방재태세 확립에 전기가 됐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직후 5개년 계획(2008~2012년)의 ‘목조문화재 종합방재대책’을 수립해 연차적으로 추진해왔다. 국보·보물 150건에 방범·경보·소화시설 등 방재시설이 설치됐으며 사적 170건과 중요민속자료 155건에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008년부터 국보·보물 140건에는 화재예방에 효과적인 안전경비인력 505명이 배치돼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또 숭례문 화재일인 2월10일을 참화의 교훈을 되새기는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