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이런 환경에서 금메달 선수 나온 게 기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8일 오전 국내 유일의 롱트랙 빙상장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한 선수가 각종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트랙에서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심만수기자

“이런 환경 속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18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 경기 양평군청 소속 선수들을 이끌고 이른 새벽부터 찾아와 훈련 중이던 오환효(59) 양평군청 빙상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한국의 빙상 환경은 열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용 롱 트랙(400m)이 설치된 빙상장은 태릉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과거 강원 춘천시 인근에 실외 빙상장이 한 곳 있었지만 운영비와 관리상 문제 등으로 인해 폐쇄됐다.

실제로 태릉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그야말로 ‘투지’ 하나로 버티는 듯했다. 이재식(39) 성신여대 빙상코치의 지도에 따라 연습에 열중이던 선수들은 모두 목도리와 털모자, 두꺼운 점퍼 등을 껴 입고 빙판을 돌고 있었다. 실내 링크이지만 눈이 내리는 외부와 다를 바 없이 추웠다.

그나마도 연습할 곳이 이 곳밖에 없어 연습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태릉스케이트장은 오전 6~8시, 오후 6~8시 등 하루 네 시간만 일반 선수들의 훈련시간으로 배정하고 있다. 오전 8~10시, 오후 4~6시는 국가대표 및 상비군 선수들의 훈련시간이고, 나머지는 일반 이용객들에게 개방된다. 오환효 감독은 “하루 2~3시간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오 감독은 “훈련장이 서울 한 곳 밖에 없어 영호남 선수들은 스피드 스케이팅을 제대로 접할 기회조차 없다”고 한탄했다.

경기장 하나를 초·중·고교와 대학, 일반팀 등이 나눠 사용하다 보니 트랙 위에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연습을 해야 하다 보니 선수들이 한꺼번에 트랙에 몰리는 것. 이날 훈련을 하고 있던 양평군청 소속 최승용(여·30) 선수도 지난해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눈앞에 두고 부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최 선수는 “외국의 시설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의 훈련 환경은 중국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 선수는 “부디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평창 동계올림픽도 유치돼 좋은 시설의 경기장이 더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