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시민 바이러스’ 경계령

역겨움이 치밀어 오른다. 유시민! 2년 전 총선 때 대구 출마와 낙선→서울시장 출마 연기 피우기→경기도지사 출마라는 의표를 찌르는 전격적인 방향 전환. 6·2 지방선거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확확 뒤집으며 판갈이할 수 있는 기린아로 떠오르려하고 있다. 여야 대결과 야야 대결 구도 모두를 순식간에 흔들어대고 있다. 스타 불모의 지방선거.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스타가 되겠다는 야심, 역시 유시민이다.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국민을 가르치려들고, 국민을 두 조각으로 나눴던 유시민. 그에 넌더리를 쳤던 유권자들은 비열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철새 정치인의 전형이다. 교활하다. 그러나? 정치판에서의 승리와 생존은 선한 사람보다 야비한 전략가가 손에 거머쥘 확률이 더 크다. 그의 경기지사 출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왜 그럴까? 근거는 두가지.

첫째,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보라! 박근혜 다음의 2, 3위를 끊임없이 지켜가고 있다. 엥? 기가 막히는 현상이다. 대선 예비후보의 경기지사 출마를 가볍게 볼 수 있겠나. 유시민 비토세력들에겐 불가사의하다.

둘째, 그는 맹목적인 친위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 왕년의 김영삼·김대중·노무현처럼. 현재 정치판에서 종교집단처럼 응집력이 강한 팬클럽을 갖고 있는 사람은 두 사람-박근혜와 유시민뿐이다. ‘유빠 부대’들이 경기지사 선거에 몰려들어 난리를 칠 것. 그러나 유시민이 발산하는 바이러스에 매료되는 국민과도 함께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도 표다. ‘유시민 바이러스’, 이해할 수 없지만 독특한 매력이다.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에서 유시민이 좌파 세력을 단결시킬 수 있는 스타가 된다면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전국적인 정치 지도자로 훌쩍 부상하게 된다. 바로 이걸 노린 것.

단언컨대, 5월23일 노무현 타계 1주기 때 몰아칠 노무현 추모 열기, 이른바 추노(追盧) 변수도 친노세력이 이변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제2의 노무현! 그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기기라도 하고, 다른 친노세력들이 비호남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면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을 흡수통합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야당 주인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이 된다. 호남당이 아니라 전국 정당의 야당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이걸 기반으로 유시민은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다. 대권 도전에!

‘유시민 정권’의 탄생. 신기루가 아닐 수 있다. 3년 후. 왜? 그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수치, 거기에 숨어 있는 ‘무엇’을 간파해야 한다. 무슨 무엇? 반년이 넘도록 세종시타령으로 국민에게 프라이팬에 콩 볶듯이 스트레스를 주는 한나라당. 정말 유권자들은 질려버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무엇하나 국민의 폐부를 찌르는 전격(電擊)의 정치, 감동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늙은 호랑이처럼 무엇 하나 결말짓지 못하고, 동작도 우둔하고, 밥그릇 챙기기 달인들만 모인 것처럼 비치는 한나라당. 늙은 호랑이로부터 극적인 변신을 기대? 한나라당은 ‘유시민 바이러스’가 던져주는 경계령을 눈치도 채지 못한 채 그저 친이, 친박 타령만. 유시민이 한나라당의 참호에 수류탄을 던졌는데도. 중앙당에다 공천심사위원회 만들어 후보 결정을 한다? 안기부가 만든 듯한 ‘관제 후보’로 야당과 맞선다? 야당이 극적이고 역동적인 후보 경쟁으로 관심을 모아가고 있는데? 머릿속 발상력의 구조부터 민정당 시절로 꾸역꾸역 돌아갔다. 시대착오적! 이대로 밥그릇 싸움이나하면 야당의 스타급 후보 창출 드라마+야5당의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 열풍+추노 변수에 덮여 손도 못쓰고 전국적으로 완패.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2년 후 보수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종말. 한나라당이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을 휩쓸었기 때문에 집권한 것 아닌가?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은 더 이상 지겨우니 지방권력부터 ‘리콜’해야겠다고 작심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리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완패한다. 리콜, 리콜. 좌파 정권에 분노한 국민이 10년이나 싸워 만들어 준 한나라당 정권인데! 이런 식으로 배신하고 있다.

[[윤창중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