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국민 의보 100년만에 통과>예상했던 216표 보다 3표 더 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의료보험개혁법안을 100년 만에 통과시키기 위한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의 표 단속 작업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만큼 전방위로 용의주도하게 진행됐다. 표결이 가까워질수록 반(反) 낙태파 의원들을 점점 찬성으로 기울었고, 민주당은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21일 오바마 대통령은 표결을 몇시간 앞두고 행정명령이라는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의보개혁법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216명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낙태반대파 민주당 의원 7명으로 인해 의원 정족수 216명을 채우기 어려워지자, 이들과 논의 끝에 의보개혁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낙태시술에 연방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키로 한 것이다. 그러자 바트 스트팩 의원 등 낙태문제로 인해 의보개혁법안에 반대해왔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4시 의사당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 당지도부 등과 낙태문제에 관해 합의를 이뤄 법안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도 이같은 합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행정명령의 내용을 사전에 공개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의보개혁법안 하원 표결에 앞서 2시부터 본회의를 개회한 후 장장 8시간여에 걸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의보개혁법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과 민주당은 표 단속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의보개혁법안은 나를 위한 것도, 민주당을 위한 것도 아니라 오로지 미국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며 “국민들은 우리가 바로 지금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의총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등 하원 지도부는 물론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까지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20일 의보개혁법안 표결 전술로 검토했던 ‘우회 표결’ 방안을 포기하고 막판에 정공법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하원 표결에서 지난해 12월 상원을 통과했던 의보법안에 직접 투표하지 않고, ‘자동집행규칙(self-executing rule)’을 활용, 패키지 규칙에 투표하는 우회적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으로부터 ‘변칙 처리’라는 비난에 봉착하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하원에서 상원 통과 법안에 대한 직접 투표를 진행키로 한 것이다. 변칙 처리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찬성표 결집만으로도 의보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