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도’ 넘어선 야당의원들의 ‘입’

“아들이 실종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살아있는 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애들한테 ‘짜맞추기’니, ‘보여주기’라고 비판하는 게 말이 되느냐.”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한 부사관의 어머니가 9일 기자와 만나 이틀전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하소연하듯 한 얘기다.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한창이다. 사건 발생 직후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며 사태를 지켜보던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조사권을 가진 국회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7일 생존자들의 기자회견 과정을 통해 몇가지 상황 정리는 됐지만 어제 기자회견만으로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느낀 것처럼 어딘가 짜맞춘 듯한 기자회견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어느 누가 그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앞에 군인답게 보이는 게 군인이지 환자답게 보이려고 위장하는 건 군인이 아니다”라며 “내용도 천편일률적으로 심지어 유족도 짜맞추기라고 하고 있고 그 내용은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야당 지도부 입장에서 몇차례 이어진 군의 말바꾸기와 여전히 석연치 않은 사건의 원인과 규명 과정을 지적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밝혀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동료를 바다에서 구해내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시달리고 있을 생존 장병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건 지나치다. 정치권 공방에 동료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 생존 장병을 끌어들여선 안된다. 국민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민병기 정치부 기자 mingming@munhwa.com